사회 사회일반

재탕삼탕ㆍ생색내기로 부실입법 우려

국회 306일만에 6,513개 법안 처리할 수 있을까<br>엉성한 법안 발의로 부실 양산<br>국민 기본적 권익 침해 소지 커<br>"공청회·입법예고 등 의무화해야"

'6,513개 vs 306일' 28일 현재 18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법률안 숫자와 18대 국회의 남은 임기다. 297명의 국회의원이 6,513개 법률안을 306일 만에 심의ㆍ의결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빠진 것. 의원들의 '건수 늘리기' 법안 발의를 방치한 결과라는 게 입법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엉성한 법안 발의는 국회를 비효율적으로 만들 뿐 아니라 설사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부실한 법안이 양산돼 국민의 기본적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생색내기ㆍ재탕삼탕ㆍ편승입법 심각=18대 국회 6,531건의 법안 가운데 의원입법은 6,121건으로 정부입법(392건)의 약 20배에 달한다.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의 통과율은 17%에 그쳐 정부입법(62%)의 약 4분의1 수준에 머물렀다. 의원입법안은 평균 심의기간이 45일로 정부가 낸 법안보다 두 배나 오래 걸렸다. 전문가들은 의원입법 가운데 '자랑하고, 숟가락 얹고, 내고 또 내는' 경우를 비판한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주목을 받으면서 시민단체가 발의 건수를 근거로 평가하기 시작했고 의원들도 이에 맞춰 일단 내고 보면서 부실한 법안 발의가 늘었다. 기본법을 고치지 않고 특별법을 발의하는 경우는 '자랑하기' 입법의 예다. 국제대회 유치나 저축은행 사태 등 전국민의 관심사가 있을 때 발의한다. 여수ㆍ인천ㆍ대구ㆍ평창 등 국제대회가 열리는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각종 인허가 규제에 예외를 부여하고 정부 재정 투입을 늘리는 내용이다.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특별법으로 정부가 예금자 보호법의 대상을 넘겨 지원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낸 법안이 인기를 얻으면 엇비슷한 법안을 내는 '숟가락 얹기' 관행도 있다. 지방 출신 의원들은 철도 개설 법안을 앞다투어 낸다. 그 결과 철도산업발전법 개정안은 현재까지 93개 법안이 올라왔으며 들어가는 예산은 총 5조 6,000억원에 달한다. 폐기된 법안이나 엇비슷한 법안을 내고 또 내는 경우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의원입법의 절차적 합리화 방안' 보고서에서 내용이 같은 중복법안이 307건(2006년 말 기준)이라고 밝혔다. 현재 의원입법의 경우도 조문 한두 개를 고친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 우윤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의원들은 특별법 형태로 내면 이름도 나고 해서 선호하지만 기본법과 상충하고 심의하는 기간도 오래 걸린다"며 "의원들에게 특별법 발의를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의원입법에 '문턱'과 '디딤돌' 필요=정부입법에 비해 의원입법은 법안을 내기 위한 문턱과 디딤돌이 부족하다. 정부입법은 제출 전에 입법예고와 공청회,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 다양한 문턱을 넘으며 걸러진다. 반면 의원입법은 국회의 입법권을 보호하는 취지에서 법제처 심사가 없으며 입법예고나 공청회도 의원 자율에 맡긴다. 반면 디딤돌은 정부에 비해 부족하다. 비대한 행정부는 일관된 목표를 갖고 전문적인 인력과 정보를 활용한다. 국회의원은 7~8여명의 보좌진과 국회 전문위원ㆍ입법조사처ㆍ예산정책처의 도움을 받지만 행정부에 비해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각 주체 간 협력도 부족하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민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공청회와 입법예고를 의무화하고 의원입법을 돕는 전문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