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아듀 2014, 인물로 본 갑오년] <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숨가쁜 사업·지배구조 개편… 그룹 경영 전면 등장 초읽기



애플과 담판 등 글로벌 인맥, 비즈니스로 연결

사장단 인사 축소로 조직내 긴장감 불어 넣어


주력사업 실적 회복·신성장 동력 확보가 과제


이재용(그림) 삼성전자 부회장은 '뉴스메이커'다. 국내 최대 기업집단의 후계자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는 더욱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이 부회장은 아버지를 대신해 그룹의 얼굴 역할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숨 가쁘게 이어져온 삼성의 사업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3세 승계'에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되면서 자연스레 그룹의 무게중심은 이 부회장으로 이동했다. 특히 이 회장의 장기부재 속에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부진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이 부회장이 위기극복을 위해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시스템 경영'이 자리 잡은 삼성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에 직접 개입한다는 정황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한화와의 빅딜을 비롯해 평택 반도체공장 15조원 투자, 애플의 미국 외 특허소송 철회,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등 올해 이뤄진 그룹의 굵직한 의사결정은 이 부회장의 결단과 역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재계는 분석한다.

와병 중인 아버지를 의식해 '조용한 혁신'을 추진해온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내년에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삼성전자의 실적회복을 이끄는 한편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조기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등을 포함해 지배구조 재편작업 마무리도 그의 몫이다. 이 부회장의 내년 행보에 재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삼성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의 격변기를 보냈다. 무엇보다 지난 5월 이건희 회장이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지 한 달도 안돼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삼성은 큰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던 삼성전자가 이 회장의 입원시기와 맞물린 2·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24%나 급감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의식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고 삼성의 위기대응 역량에 이목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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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투톱 체제를 이뤄 삼성 특유의 '시스템 경영'을 바탕으로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켰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든 탓에 삼성전자의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이 부회장은 단기적인 실적회복에 연연해 하기보다는 인력 재배치를 통한 체질개선과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면서 비대해진 IM(IT·모바일) 사업부문의 인력 500여명을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한 데 이어 스마트싱스·프린터온 등을 인수해 사물인터넷(IoT)과 기업간거래(B2B) 사업부문을 강화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존재감은 글로벌 정·재계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에서 두드러졌다. 게이오대와 하버드대에서 수학한 경력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의 후계자라는 후광을 바탕으로 탄탄한 글로벌 인맥 네트워크를 쌓은 이 부회장은 이를 비즈니스로도 연결시키고 있다. 애플이 올해 8월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한 것도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이 부회장이 7~8월 잇따라 만난 뒤에 이뤄진 것이어서 두 사람 간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와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등 올해 방한한 글로벌 IT 기업 CEO들도 이 부회장을 만나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잦은 만남도 화제를 모았다. 이 부회장은 올 7월 시 주석이 방한했을 때 신라호텔에서 직접 영접한 데 이어 8월 난징유스올림픽 개막식 행사에서도 조우했다. 10월에는 보아오포럼 이사진과 시 주석을 만났다. 삼성은 샤오미 등 토종 업체의 공세에 밀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시안에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잇따라 짓는 등 중국 내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시 주석과의 잦은 스킨십을 통해 쌓은 친분은 삼성이 대중국 사업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올해 이 부회장이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지난달 말 한화와의 '빅딜'이 성사되면서다. 삼성은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를 1조9,000억원에 한화에 매각하고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사업을 정리했다. 외환위기 이후 단행된 최대 빅딜이 특히 이 회장의 와병 중에 단행된 것이어서 이 부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매출규모가 크지 않고 성장성이 떨어지는 방산·석유화학 사업 철수는 이미 2~3년 전에 밑그림이 그려진 사안"이라면서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장기 부재 속에서도 삼성은 올해 계열사 간 합병과 지분매각을 통해 순환출자구조를 크게 단순화하고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3세 승계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SDS를 상장시키는 등 지배구조 재편작업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시기가 됐다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10조원이 넘던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 자신이 주도한 첫 사장단 인사에서 규모를 최소화하면서도 삼성전자 IM 사업부문의 사장급 7명을 3명으로 줄이고 1960년대생 사장을 발탁하는 등 '안정 속 혁신'을 택했다. 큰 틀의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조직 내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에게 향후 과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주력 사업의 실적 회복과 그룹의 신성장동력 조기 확보다. IT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미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하드웨어보다는 경쟁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프트웨어·콘텐츠를 강화해야 미래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삼성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바이오·의료기기 등 신수종사업도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와 전사 조직이던 글로벌B2B센터를 해체하고 관련 기능을 각 사업부로 이관시켜 현장 조직을 강화했다. 이 부회장도 보아오포럼 등에서 의료기기에 IT를 접목해 헬스케어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단기 성과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전문경영인에 비해 10년 뒤를 내다보고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오너 경영의 장점"이라며 "삼성의 미래는 '소프트웨어'와 '글로벌'에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이들 분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전문경영인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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