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농축수산물 한풀 꺾였지만 속단은 일러

3월 물가 4.7%↑ 29개월來 최고치<br>구제역 진정에 수급상황 개선<br>정부 "이달부터 상승속도 둔화"<br>근원물가 3.3% 올라 '새 복병'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된 1일, 기획재정부는 예상 외로 차분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 상승해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재정부는 "물가는 4월 이후 서서히 낮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2월 4.5% 상승세에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발표 당일 부랴부랴 긴급장관회의를 주재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유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물가 상황은 분명 좋지 않다. 3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하반기 이후 처음이다. 무엇보다 장바구니 물가가 불안했다. 농축수산물이 14.9% 상승했고 석유제품은 15.3%나 뛰었다. 신선식품지수는 올해 1~3월 전년 동기 대비 24.6%나 뛰어 올랐다. 마늘이 78% 오른 것을 비롯해 배추(34%), 돼지고기(31.7%), 사과(25.8%) 등이 급등했다. 외식 삼겹살(12.8%), 미용료(7.1%) 등 개인서비스 요금도 크게 올랐다. 전세대란으로 집세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여유를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최악의 국면은 넘겼다는 안도감 때문인 듯하다. 물가상승세의 주요인으로 지목됐던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일단 한풀 꺾였다. 전년 동월보다는 14.9%나 올랐지만 지난달보다는 0.8%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구제역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고 겨울에 눈이 충분히 와 봄 가뭄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안심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겨울철이 지나가면서 농산물 수급상황이 개선되고 축산물도 구제역 안정화에 따라 떨어질 것"이라며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면 4월부터는 물가상승 속도도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재정부 차관은 이날 주재한 물가대책회의에서 "4월 이후 농산물 공급이 정상화되고 구제역이 진정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축수산물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폭등세가 진정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근원물가가 걱정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3% 올라 2009년 6월(3.5%) 이래 21개월 만의 최고치를 보였다. 근원물가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공산품과 서비스요금인데 이들 품목은 일단 오름세를 타면 좀처럼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따라 전반적인 총수요를 자극하면 물가 오름세가 구조적이면서 장기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 정부가 이날 물가대책회의에서 통신요금과 문화 부문 입장료를 지목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통신요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기로 하고 입장료 등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과다 부과하는 곳이 없는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점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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