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존재만으로도 무대 빛내는 무용수 되고 싶어"

동양인 첫 'ABT 솔리스트' 발레리나 서희


"발레는 익히면 익힐수록 나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꾸준히 부족함을 채워나가면서 존재만으로도 무대를 빛낼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7월 동양인 최초로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솔리스트가 된 발레리나 서희(24ㆍ사진) 씨가 한국발레협회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25~28일 열리는 '해외무용스타 초청 갈라 공연'을 위해 한국에 왔다.

서 씨는 신체 비율이 완벽하고 발목은 아치형으로 튀어나와 발레리나로서 타고난 몸을 지닌데다 유연성과 프로 근성까지 갖춰 강수진을 능가할 가능성이 높은 무용수로 호평받고 있다. 하지만 서 씨는 스타 무용수답지 않게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다며 겸손해했다.


동양인으로 세계 최정상의 발레단에서 인정받게 된 비결은 역시 피나는 연습이었다. "외국에 나가보니 실력 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만큼 더욱 연습에 매진했고 그런 노력의 결실이 맺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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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씨가 발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어린 시절 몸이 약해서 운동 삼아 해보라는 부모님의 권유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작했으니 유치원 때부터 시작한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이 늦었죠. 처음엔 발레 학교에서 말하는 발레 용어를 알아듣지 못해 실수를 많이 하면서 맘 고생도 심했어요."

힘들고 어렵기만 느껴지던 발레는 서서히 운명으로 받아들여졌다. "발레의 세계에 깊이 들어갈수록 선택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미국 키로프발레아카데미 재학 중인 2003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입상한 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거쳐 2006년 ABT에 둥지를 틀었다. 7월에는 입단 4년 만에 솔리스트로 승급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7월엔 코르 드 발레(군무) 등급임에도 '로미오와 줄리엣' 뉴욕 메트로폴리탄 공연에서 줄리엣 역을 맡은 데 이어 미국의 발레 전문지 '포인트(POINTE)' 10월호 표지를 장식했다. 그의 사진과 함께 실린 표지 제목은 "프리마 발레리나가 태어났다(a Prima is born)"였다.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무용수로 서 씨는 뜻밖에도 유명 발레리나가 아니라 발레리노를 꼽았다. "러시아 태생의 세계적인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나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마뉴엘 레그리처럼 존재만으로도 무대에서 빛나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많이 돌고 높이 점프하는 발레기술 뿐아니라 발레라는 예술을 깨끗하게 소화하는 것도 중요한 테크닉인데 두 무용수 모두 그런 점에서 최고의 실력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은 발레리나로서 무용 자체에만 매진하겠지만 언젠가 토슈즈를 벗어야 할 때가 되면 무대 의상 디자인이나 공연 기획 분야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서 씨는 이번 초청 공연에서 '해적'과 '라 바야데르'의 2인무를 ABT 동료 솔리스트 코리 스턴스와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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