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테이퍼링(Tapering)이 시작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 이전과는 다른 정책환경 하에 놓였다. 이전까지의 적극적인 통화공급 체제에서 유동성 환수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미 정책전환에 따른 우려와 혼란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지만, 다행히도 충분한 사전공지와 적절한 시기조절 등을 통해 부작용은 최소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테이퍼링 이후 3개월째에 접어드는 지금 시장반응과 정책추이를 감안해 몇 가지 투자전략을 살펴보자.
첫째, 출구전략은 장기적인 과정을 거칠 것이다. 테이퍼링은 출구전략의 첫 단계이다. 적어도 3~4단계의 정책을 거치며 출구전략이 진행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출구전략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방어를 위해 사용했던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부터 정상적인 정책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은 세 차례에 걸쳐 시행되었던 양적완화정책과 최저 기준금리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 정책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는 잠재성장률을 감안해 적절한 수준으로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고, 양적완화정책으로 늘어난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
테이퍼링은 양적완화가 유지되는 가운데 매월 매입하는 자산규모를 줄이는 행위이다. 정상화를 위한 과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어질 정책과제는 자산매입규모의 축소에 이어 자산매입의 중단(양적완화 정책의 종료), 이후 기준금리의 인상, 그리고 늘어난 연준 자산의 축소가 차례로 이어질 것이다. 기준금리의 인상 시점이 2015년 중반 이후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까지 완성된 최종 시점은 몇 년이 지난 후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제 발걸음을 뗀 출구전략은 상당히 장기적인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풍부한 유동성 공급에 기초한 자산시장의 거품, 혹은 과열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모습이 될 것 같다.
둘째, 신흥국의 위험은 반복될 것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과정에서 신흥국 금융시장에는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이 유입된 바 있다. 신흥국의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이러한 유동성의 힘으로 상당한 가격 상승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출구전략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유동성 환수 또한 불가피한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의 경우에는 집중적인 유동성 유출로 위기 국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시점마다 자산매입 감축규모는 꾸준하게 늘어갈 것으로 보여 1년에 8차례 예정되어있는 회의 때마다 취약국의 환율·금리 등 주요 지표는 불안전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책에 대한 내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신흥국 내에서도 경제 취약성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차별화되고 있는데 가장 안전한 국가로 분류되는 한국의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성은 더욱 신뢰할 만하다.
셋째, 출구전략은 경기회복과 동행하고 있다. 연준의 출구전략은 경기회복을 전제로 하고 있다. 양적완화를 포함한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대응이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경기회복에서 조기에 탈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출구전략 역시 경기회복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행되는 것이 당연하다. 더욱이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출구전략은 경기회복 속도를 충분히 감안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경기회복은 선진국과의 교역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한국 경제에는 매우 긍정적인 환경변화이다. 따라서 테이퍼링 등 출구전략의 시행에 따른 단기적인 혼란이 반복될 수 있어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기회복을 반영하는 시장의 안정적인 상승 행보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연초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전망에 기초한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선진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기조적인 상승세가 진행중이다.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도 불가피하지만, 경기에 대한 신뢰가 더욱 앞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