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우울한 공적 연금 현주소

日, 올 10월부터 공적 연금 통합… 獨, 출산율 하락 연금액 자동반영

한국 소득대체율 獨보다 높아… 평균 가입기간 늘리는 게 더 중요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UN 인구전망에 따르면 우리보다 노인비율이 훨씬 높은 미국, 프랑스, 영국이 30년 뒤에는 우리의 60∼70% 수준으로 낮아진다. 출산율이 낮은 일본과 독일조차도 현재 노인비율은 우리 두 배 수준이나, 30년 후엔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고 독일은 우리보다도 낮아진다. 직접 경험해 보지 못 한 터라 이처럼 빠른 인구고령화의 충격파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쉽지 않다. 자연과학과 달리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실험으로 확인해보기가 쉽지 않아서다.


실험이 어려울 때는 우리에 앞서 유사한 경험을 한 나라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산율이 낮아 우리와 상황이 유사한 일본과 독일이 특히 그러할 듯하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중요 요인이 노인인구 급증과 출산율 저하로 인한 빠른 고령화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들 두 나라가 지난 20년 동안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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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04년 경제·사회 여건 변화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연동, 즉 자동 삭감하는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소모적인 정치논쟁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오는 10월부터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 운영한다. 1959년까지 보험료도 안내고 일반 국민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았던 과거 공무원연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앞으로는 공무원과 일반 국민 똑같이 월 165만원(2012년 가치로 평균소득 근로자 기준) 정도의 연금을 받게 된다. 한일의 40대 중반 이후 세대를 비교하면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의 70%대 수준인데, 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은 일본보다 더 많이 받을 전망이다. 20년이 지난 2035년이 돼도 일본의 2004년 개혁에도 못 미치는 맹탕개혁을 한 때문이다.

관대하기로 소문났던 독일 역시 무지막지한 개혁을 단행했다. 일본과 같은 해인 2004년 일본보다 더 강한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노인인구 증가와 저성장 외에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까지 연금액에 자동 반영하는 순도 100%짜리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한 것이다. 제대로 된 조치를 하다 보니 70%였던 소득대체율이 벌써 40% 초반으로 떨어졌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내는 보험료는 20% 선이다.

2015년 현재 우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6.5%(보험료는 9%)로 43% 수준인 독일보다 높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노후소득보장이 충분치 않다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다시 올리자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보험료 4% 포인트 인상요인이 발생하고, 재정안정화에 필요한 보험료가 16% 이상은 돼야 한다는 사실은 모른척하면서 말이다. 현재 노동시장의 행태가 그대로 이어질 경우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려봐야 35년 뒤인 2050년 실제 소득대체율은 2.8% 포인트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문제다. 평균 가입기간이 짧아 실제 소득대체율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득대체율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오래 머물러 가입기간을 얼마나 더 늘릴 수 있느냐에 문제의 핵심이 있음을 시사한다. 연금 지급율을 40% 초반까지 떨어뜨린 독일이 큰 문제없이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배경도 평균 가입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우리는 일본이나 독일보다 더 강한 개혁을 해야, 이들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워낙 빨라서다. 상황이 이런데도, 연금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복지문제가 정쟁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우리 사회를 바라보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인구고령화라는 폭풍우가 몰아쳐도 나 하나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령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국가들을 지켜보노라니 저절로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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