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시행되면 매매ㆍ중개ㆍ자산운용ㆍ투자자문 등 자본시장과 관련된 모든 영업을 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들이 탄생하게 된다. 따라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통폐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대형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나려는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와 합종연횡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수 증권업협회 이사는 “자통법을 통해 금융상품 취급 범위가 넓어지고 겸업영업이 허용되면 선두그룹의 대형사들은 대형화를 통한 시너지를 추구하는 반면 소형사는 특화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동안 증시 활황을 타고 ‘덩치’를 키워왔으나 대형 IB 역할을 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왜소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1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우리투자ㆍ대우ㆍ삼성ㆍ한국ㆍ대신ㆍ현대ㆍ굿모닝신한증권 등 7곳에 불과하다. 이들 중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두 곳만이 각각 2조1,455억원, 2조1,112억원으로 2조원을 간신히 넘긴 상태이다. 그 외 대부분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원에도 못 미쳐 대형 IB로 변신해 자기자본 투자에 적극 나서기에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들은 자통법 시행에 대비해 증자 등으로 자본금을 확충해나가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인수합병(M&A)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올 들어 굿모닝신한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3,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했으며 대한투자증권도 1,000억원의 증자를 실시했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은 최근 “앞으로 3년 내 자기자본을 5조원대로 늘려 독자적인 글로벌 IB로 성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자본금을 5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와 관련, 박종수 사장이 국내 대형 증권사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 가능성을 언급, 증권업계의 M&A 이슈에 불을 붙였다. NH투자증권 역시 대형화를 위해 M&A에 나설 것을 공식 선언했으며 서울증권도 추가적인 M&A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M&A를 표명한 증권사와는 반대로 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몇몇 증권사들은 증시 호황과 맞물려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자통법 시행으로 금융투자회사들의 자기자본 투자가 활성화되고 리스크를 감수한 대규모 투자가 일반화되면 자기자본 규모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 의한 M&A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원장은 이어 “현재 일본 3대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국내 5대 증권사의 3배에 달한다”며 “동북아 금융허브에 걸맞은 IB가 되려면 일본 수준까지는 자기자본이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화보다는 자신의 분야에 특화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온라인 브로커리지에 특화돼 온라인 시장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만큼 온라인에 특화된 방향으로 자통법 시행 이후를 대비 중이다. 김봉수 키움증권 사장은 “온라인 서비스에 특화된 만큼 ‘온라인펀드몰’ 등을 더욱 활성화해나갈 것”이라며 “특히 자통법 이후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해지는 만큼 증자를 통해 확보할 자금 등으로 온라인과 결합된 상품 개발을 적극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