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권 충당금체계 확 바뀐다

불황기땐 적립규모 줄이고… 호황기땐 늘리고…<br>■ 금융위 '새 금융감독 방향 용역보고서'<br>일률적 적립은 불황때 자금줄 차단 부작용<br>시기따라 차별화 '동태적 대손충당금' 추진


금융위원회가 연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만든 '금융위기 이후(Post-Crisis) 새로운 금융감독 방향에 관한 용역보고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금융정책의 허술함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담겨 있다. 특히 금융권의 대손충당금제도를 호황기와 불황기에 따라 차별화하는 방안은 금융권의 수익구조뿐 아니라 기업들의 대출 관행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5자 상설 협의체…새로운 컨트롤타워 되나=금융 당국이 추진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근간은 상시적 협의체인 금융감독협의회 신설이다. 이는 그동안의 금융감독기구가 개별 금융회사 건전성과 금융질서 확립 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전체 금융시스템을 살피지 못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판단에서 비롯한다. 쉽게 말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예금보험공사 등 5자가 참여해 법률적 기능을 가진 협의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감독정책의 큰 틀을 구축하자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은 각각 금융감독협의회(FSOC)와 금융안정위원회(CFS) 같은 상시 협의체를 두고 있다. 보고서는 금융감독협의회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위해 협의회 내에 5개 기관의 부기관장급이 참여하는 정보공유협의회를 설치할 것을 제시했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안정협의체 신설은 주요20개국(G20)에서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관련 기관 협조체계 구축과 명확한 역할 분담의 필요성이 제시돼 논의되는 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ㆍ국제 금융정책 재통합…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보고서는 금융정책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현 정부 출범하며 분리된 국내ㆍ국제 금융정책 업무의 재통합 필요성을 촉구했다. 이 방안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 내에서도 꾸준히 거론돼왔지만 부처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의 재통합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현행 권역별(은행ㆍ비은행ㆍ보험ㆍ증권) 중심으로 돼 있는 감독체계의 근간은 유지하되 기능(인허가 및 정책, 검사 및 제재, 소비자 보호 등)별 감독을 강화한 '수정통합규제' 방식의 금융감독기구 개편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감원 내 소비자보호센터(지난해 10월 소비자서비스본부 격상)와 분쟁조정국을 통합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감독서비스총괄국 산하 금융리스크제도실과 리스크검사지원국을 합치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를 위해 정보 우위를 점한 금융 당국과 중앙은행 간에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협조하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책임을 묻는 방안도 제시해 현실화 여부가 주목된다. ◇충당금체계 개편=현행 금융권의 충당금체계는 경기변동에 관계없이 부실화 정도에 따라 일률적으로 충당금 적립 규모를 설정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경기가 안 좋아질 때는 충당금을 급격하게 많이 쌓아야 하고 따라서 은행이 대출을 옥죄고 멀쩡한 기업까지 자금줄이 차단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겼다. 보고서는 이 같은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동태적 대손충당금' 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불황기일 때 국내 은행의 대출 확대 유인을 지나치게 억제할 경우 대출 축소를 초래할 수 있다"며 "불황기에는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낮춰 신용경색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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