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브레인웨어를 키우자] 1. 21세기 경쟁력은 브레인웨어다

퀄컴은 1985년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그저 평범한 정보기술(IT)관련 벤처기업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 기술을 채택하는 나라가 한국, 중국, 호주 등으로 늘어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전세계 정보통신업계에서 거인으로 자리매김했다. CDMA기술을 채택하는 업체가 늘어날수록 기술료 수입도 눈덩이 불어나기 때문에 퀄컴의 사세는 비약적으로 확대된다. 퀄컴의 경쟁력은 CDMA 원천기술을 개발한 고급연구개발인력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제약회사인 파이저가 비아그라를 개발한 것도 그들이 우수한 연구인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인력의 자질이 뛰어나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갖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숀 패닝은 1999년 노스웨스턴대학 재학중 개인의 음악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프로그램 `냅스터`를 개발했다. 패닝은 자신의 컴퓨터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에 투자비는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CDMA, 비아그라, 냅스터 등은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량이 아니라 산업혁신을 이끄는 우수인력의 확보여부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야흐로 이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우수 인재, 다시 말해 브레인웨어(Brainware)가 바로 경쟁의 핵심요건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브레인웨어만 제대로 키우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기존 산업의 틀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 우수인재 육성에 총력전=선진국이나 후진국을 가릴 것 없이 모든 나라들이 국가 차원에서 우수인재를 육성, 확보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인력으로도 성에 차지 않아 2만7,000명의 외국 과학기술인력을 박사 후 과정(Post-Doc)연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인력양성 기금을 통해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동유럽국가의 우수인재에 대해서는 노동허가증을 발급해 적극적인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중국마저 2005년까지 이공계 석ㆍ박사인력을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충하기 위해 해외에서 귀국하는 고급인력에 대해서는 미국 수준의 처우를 보장하고 있다. 정진화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이제는 자본투입확대를 통한 부가가치나 새로운 서비스개발전략은 한계에 부딪쳤다”면서 “그 대안은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이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을 혁신하고 지식을 창출하는 우수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급인력은 부족, 얼치기 인력만 넘쳐 흘러=국내 과학기술인력의 문제는 양적, 질적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90년대 이후 지방대를 중심으로 이공계 대학 정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인력공급은 늘어났지만 정작 반도체 등 첨단산업분야에서는 `쓸만한 인재가 없다`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그래서 기업은 “대학이 애프터서비스도 되지 않는 인력을 양산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박인구 동원F&B사장은 “국내 이공계 교육은 실용성이 크게 떨어져 기업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바이오신약 등 10개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 현재 인력 수준으로는 이런 정부 방침은 무위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과기부에 따르면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서 오는 2012년까지 1만4,00명의 핵심연구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이공계 기피현상과 맞물려 핵심인력 부족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민동준 연세대 공대 금속공학과 교수는 “이공계 기피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대에서 경쟁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공계의 교육이 강화되지 않으면 국가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印기업, 기술력으로 美예산도 따내 `기술력만 있으면 미국 정부 예산도 얼마든지 따낼 수 있다`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지난 2001년8월 태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10개 바이오기술(BT) 연구소 및 기업을 선정해 2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인도의 국립생물학연구센터와 릴라이언스생명과학(Reliance Life Science)도 포함됐다. 특히 릴라이언스생명과학의 경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선정 당시 릴라이언스는 설립된 지 불과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생기업이었다. 릴라이언스는 아시아지역에서는 최초의 세포생물학 전문 연구기업이다. 피루자 파리크 박사 등 의학 및 공학전문인력들이 모여 2001년1월 뭄바이(옛 봄베이)에서 릴라이언스를 창업했다. 릴라이언스의 무기, 다시 말해 경쟁력은 BT분야에서 갖고 있는 높은 기술력이다. 릴라이언스는 세계 최대의 탯줄혈액을 보유하고 있다. 컴퓨터로 관리하는 세포저장시스템을 통해 섭씨 영하196도에서 혈액을 보관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탯줄혈액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정상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한 후 환자에게 주입해 난치병을 치료할 때 쓰이는 세포치료제의 기본 재료다. 릴라이언스의 높은 기술력은 바로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인재 풀(pool)에서 비롯됐다. 50여명의 연구 인력 가운데 30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BT전문가다. 결국 이런 우수한 인재를 배경으로 높은 기술력을 확보한 탓에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신생기업이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따낼 수 있었다. [기고]이제는 브레인웨어다 한양대 신소재 공학부 김창경 교수 21세기가 시작되면서 기존의 나노기술(NT),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등이 융합된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이 신기술이 갖고 있는 폭발력은 새로운 산업혁명에 비견될 정도이며 이 기술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예측조차 힘들 지경이다. 이런 융합기술은 노동집약적 기술, 하드웨어기술, 소프트웨어기술 등 기존의 3개기술군과는 궤를 달리하는 브레인웨어(Brainware)관련기술이다. 브레인웨어 관련기술분야는 여기에 종사하는 전문인력들조차 `자기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IT, BT, NT 등에 대한 융합기술을 습득한 초우량인재를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기존의 투자력으로 승패가 갈라지는 산업구조가 두뇌의 싸움으로 승패가 좌우되게 되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폭발적인 경제성장은 생명공학분야 관련기술에서 비롯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맞춤형 신약개발, 유전자를 이용한 질병치료, 줄기세포를 이용한 불치병치료, 궁극적으로는 체세포복제를 통한 생명체 탄생에 이르기까지 이들 기술이 창출하는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브레인웨어기술과는 달리 우리나라가 현재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하드웨어관련분야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나와도 직접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10년에서 20년이 필요하다. 하드웨어관련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려면 기존에 투자된 수백조원에 달하는 하드웨어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낮다. 결국 하드웨어관련기술의 발전은 `진화적`이지 결코 `혁명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세상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을 뿐더러 부가가치 창출에도 한계가 있다. 오늘날 국내산업의 문제는 앞으로 폭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브레인웨어기술분야에 전문인력이 없다는 데 있다. 더욱이 현재로서는 이를 해결할 뾰족한 방도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국내에서는 이들 인력을 양성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양성할 실력도 없다. 해외에서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조달하려고 해도 이들 인력은 세계적으로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수입하기도 힘들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또는 당장 필요한 핵심인력을 못 길러 낸 데는 대학에도 큰 책임이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금, 그리고 미래에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분야에 대한 지식을 중점적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대학의 커리큘럼을 크게 수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의 질은 결코 교수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신학문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갖고 있는 교수들을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영입해야 한다. 하바드대학의 생명공학분야는 현재 세계최고수준이다. 이 기초를 닦은 사람은 제임스 왓슨이다. 그는 DNA구조를 해석해 분자단위의 생명현상해석을 가능케 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가 1956년 교수진에 합류하면서 하바드 생명공학분야 발전의 기폭제를 만들었다. 또한 현재 연구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대학들이 이제는 교육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핵심인력을 교육하기 위한 교수진 확보 및 실험장비 확보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미국 일류대학의 1년예산은 보통 2조원 수준이다. 대학이 이런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이런 예산의 대부분은 양성된 인력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기업들이 부담할 수 밖에 없다. 즉 준비되지 않은 인재를 받아들여 재교육을 시키느니 재교육비용 가운데 일부를 대학에 선행투자해 하드웨어적투자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투자, 즉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커리큘럼의 개발 등을 대학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대학은 이공계분야에서 브레인웨어관련인력을 키울 수 있도록 총력을 결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년후 한국의 미래는 매우 암울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ㆍ산업기술재단 공동기획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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