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법연수원 수료생의 33%가 진로를 못 정해`연수생 1천명 시대'의 취업난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은 과장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사법연수원이 1998년(27기)부터 작년(33기)까지 배출된 수료생들의 사회진출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수료생 4천546명 가운데 미취업자는 단 1명도없다.
`연수생 1천명 시대' 원년으로 심각한 취업난이 우려됐던 지난해 수료생 966명의 경우도 112명이 판사, 77명이 검사로 임관했고 523명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머지 수료생 가운데 147명은 군법무관으로 복무하고 있고, 107명은 국가기관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수료식 때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수료생 213명 중 62명(29.1%)은 뒤늦게 기업체나 사회단체, 국가 기관 등에서 일자리를 찾았고 나머지는 고용 변호사나 법무법인 변호사, 단독 개업 변호사로 재야법조계에 몸담고 있다.
사법연수원의 문을 나선 지 1년도 안돼 미취업자 213명 모두가 `일자리'를 구한것이다.
금년에도 연수원 수료생 957명 중 320명이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대부분 머지 않아 `백수' 신세를 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와 대한법률구조공단, 감사원, 경찰청, 외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30여명의 수료생들을 조만간 채용할 계획인데다 변호사업계 등의 문호가 언제든지 열려있기 때문이다.
15~29세 연령층의 일반인 가운데 약 8%가 아무리 일하려고 발버둥쳐도 도저히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연수원 수료생들에게 `실업난'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인 셈이다.
다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변호사 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1998년 수료생 315명 중 변호사를 택한 인원은 97명이지만 2003년에는 798명 중383명이, 지난해에도 절반이 넘는 523명이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수료생들을 채용한 기관이 1998년 헌법재판소 1곳에서 지난해에는 경찰청을 비롯해 감사원, 국회사무처, 언론중재위원회, 제주도, 대기업, 조계종 총무원 등 54곳으로 크게 늘어난 것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사법연수원 임시규(45) 교수는 "변호사 업계의 불황 때문에 취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는 채용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곳이 많아 진로를 정하지못한 수료생들이 있지만 진출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은 수료생 30%만 판.검사로 임용되고 나머지는 변호사나 일반 기업체에 진출하는 형태가 새로운 취업구조가 될 것으로 보고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방안을추진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료생들은 최근 크게 늘었지만 법조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이들의 취업난을) 일반 실업과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제 사법고시와 판.검사를 연관짓는 고정관념도 버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