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은행권에 또다시 감원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은행에 이어 다음달 새 행장이 취임하는 국민은행과 통합은행으로 출범하는 한국씨티은행(한미+씨티)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의 노사간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지난 22-25일 4일 동안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원을 접수한 결과, 350여명이 퇴직을신청했다.
외환은행은 당초 최대 985명을 줄이기로 한 상태였기 때문에 향후 정리해고 등으로 강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환은행은 현재 저수익 점포 중심의 영업망 개편과 비은행업무 부문 인력의 아웃소싱 등으로 자연스럽게 인력 구조조정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강제정리해고라는 `칼'을 언제라도 빼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은 올초 외환카드 합병 당시에도 희망퇴직 신청인원이 은행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자 정리해고 방침을 밝혀 노조를 압박한뒤 정규직원의 35%를 희망퇴직시키는 구조조정안을 관철시킨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론스타는 외환카드 감원 때도 여론에 상관하지 않고 인력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며 "지금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인력을 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정리해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 신임 행장이 취임하는 국민은행과 같은 날 통합은행으로 출범하는 한국씨티은행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강정원 행장 내정자가 정식으로 취임하고 새로운 경영체제가 구축되면 대대적인 인사개편과 함께 명예퇴직 등으로 인력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서는 국민은행이 올해와 내년초에 계약이 끝나는 1천500명 정도의 계약직 직원들을 재계약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인력 구조조정은 새로운 경영진이 구성돼야 결정될 사안이고 현재 계약직에 대한 감원이나 감축 등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면서도 통합이후 매년 실시해온 명예퇴직은 올해도 이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1년 통합 이후 매년 5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명예퇴직 시켰으며 올해도 현재 진행중인 임단협이 끝나고 강 내정자가 취임하면 500여명선의 명예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원 행장 내정자는 과거 서울은행장 재임 당시 1천100여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한 경력이 있어 어떤식으로든 국민은행의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높다.
한국씨티은행도 지금까지는 통합후에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합병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금융계는 관측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현영복.고준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