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2기 내각 및 신임 청와대 인사에 대한 정치권의 '검증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역사인식과 일본군 위안부 발언 논란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권 내부 기류가 '자진사퇴'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서 여론의 관심에서 비교적 멀어져 있던 다른 인사들에 대해서도 매서운 검증의 칼날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관 수장의 '정치공작' 의혹=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맞닥뜨릴 가장 큰 난관은 '차떼기 불법대선자금 스캔들' 연루 의혹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이 후보자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인제 자유민주연합 총재 권한 대행에게 불법 자금 5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약식 기소됐다. 이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지난 시절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당시 상황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소상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당초 '단순 전달책'이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던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벌금 1,000만원을 납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형국이다.
특히 야당 내부에서는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생긴 '정치공작 트라우마' 탓에 이 후보자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후보자도 문제지만 북풍 사건이나 '차떼기 사건' 등 온갖 정치공작의 추문에 연루됐던 이 후보자가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며 인사검증 과정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교육수장의 '논문표절' 구설수=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총괄해야 할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및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연합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2002년 6월 한국교원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교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의 제목·구성·내용 등은 제자 정모씨가 4개월 전 작성한 석사학위 논문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송 수석 역시 제자 김모씨의 연구성과를 가로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 수석이 2004년 12월 발표한 논문이 4개월 앞서 제출된 김모씨의 석사논문을 축약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제자의 논문을 사실상 가로채고 제자의 연구비마저 가로챈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김 후보자, 또 제자 논문을 베끼고 중복 게재한 송 수석은 형제와 같이 똑같다"고 지적했다.
◇ 새누리당 "더 이상의 낙마 안 돼"=문 후보자 논란으로 내상을 입은 새누리당은 2기 내각 인사의 추가 낙마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후보자도 낙마하게 된다면 새누리당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후 여론과 야당의 인사검증 공세에 적극적으로 방어막을 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7·14전당대회 및 7·30재보궐선거 등 굵직굵직한 정치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인사 참사가 재차 발생할 경우 야당에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게 새누리당 내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새누리당의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도 김 후보자 및 송 수석의 논문표절 의혹 등과 관련해 "학계에서 내려온 관례였다면 그걸 갖고 검증이 부실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서청원 의원 역시 문 후보자에 대해서는 자진사퇴를 종용하면서도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부 책임지는 게 아니라 '외부인사위원회'를 만드는 새로운 시스템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