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은행(WB) 총재 후보로 지명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은 10일(현지시간) "세계은행을 세계의 현실에 대해 더 포괄적인 대응능력을 갖춘 기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의 상당수 빈곤층이 빈곤국가가 아니라 중진국에 살고 있어 세계은행이 변화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은행이 경제발전과 빈곤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는 너무나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여서 하나의 배경과 규율로 다룰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세계은행 총재로서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나 부족한 사회기반시설 등이 복잡하게 얽힌 보건 문제를 다뤄왔기 때문에 세계은행을 이끄는 데 필요한 충분하고 광범위한 경험을 가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2000년 조이스 밀렌 미 윌라메트대 교수 등과 함께 쓴 '성장을 위한 죽음(Dying for Growth)'과 관련해 반(反)성장주의자라는 지적을 받은 데 대해 "시대에 뒤처진 비난"이라고 주장했다. '성장을 위한 죽음'은 신자유주의와 기업 주도의 성장정책이 개발도상국의 중산층이나 빈곤층의 삶을 더 어렵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총장은 "1990년대 초반과 중반의 자료를 바탕으로 '성장을 위한 죽음'을 썼다"면서 "세계은행은 그 이후 많이 변했고 빈곤을 줄이는 성장정책인 친빈곤적 개발(pro-poor development)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고 반성장주의자라는 지적을 반박했다.
그는 "세계은행도 경제성장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아이디어보다 특정 사회나 문제에 적합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NYT는 전통적으로 유럽이 세계은행 선출 과정에서 미국을 지원했다는 관례를 고려하면 비난 여론에 불구하고 김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로 뽑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김 총장이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듣고 합의를 만들어가는 인물이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하위 구성원의 참여를 권장하는 상향식 접근 방식이 최상의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세계은행은 오는 11일까지 김 총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미 컬럼비아대 교수 등 3명의 후보에 대한 면접을 끝내고 다음주 총재를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