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외화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금융불안의 새로운 불씨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이 대규모 적자로 자금난에 봉착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외화신용등급은 은행 등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적용되는 금리로 앞으로 신용등급이 깎이면 은행들은 그만큼 비싼 금리에 외화를 빌려와야 하고 국가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진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게 된 배경으로 국내 은행들의 외화조달 능력을 문제삼고 있다. 한국 은행들은 정부의 외화공급에 주로 의존할 뿐 자체적으로 해외에서 차입할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10월 1,000억달러 규모의 정부 지급보증, 미국ㆍ일본ㆍ중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고비를 넘겼지만 자체해결 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등한히 해온 게 사실이다.
무디스의 등급조정 검토는 이런 문제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등급을 낮추겠다고 1차 경고한 것으로 은행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일부에서는 수출입은행이 최근 20억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산업은행도 지난 17일 20억달러 조달에 성공함으로써 무디스의 신용등급 조정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실물침체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ㆍ씨티그룹ㆍ도이체방크 등 세계적인 은행들조차 자금난에 봉착해 정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외화조달 여건이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무디스의 경고를 무시해도 좋을 상황은 아니다.
무디스가 등급을 내리면 피치와 S&P 등 평가사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기 전에 은행들 스스로 외화차입 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동산담보대출이나 예대마진을 낮추고 재무구조 개선과 신용보강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은행들이 스스로 못하면 감독당국이 은행 신용등급이 내려가지 않도록 선제대응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