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3사를 비롯한 전자제품 메이커들이 제품값을 일제히 내렸다. 기업이익의 소비자환원과 물가안정에의 기여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번 가격인하로 가전3사만해도 약 8백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하는데 소비자의 입장에선 그만큼의 득을 볼수 있게됐다.한 가전사의 관계자는 이에대해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인하의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듣던중 반가운 얘기이고, 또 사실이기를 바라고 싶다.
지금 정부는 「경쟁력 10% 올리기」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의 성공여부는 전적으로 물가의 안정에 달렸으므로 이같은 움직임이 공산품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의 「경쟁력10% 올리기」 캠페인이 과거 개발연대에 성행하던 구호성 캠페인과 내용면에서 차이가 없고, 이러한 일시적인 캠페인으로 국가경쟁력이 올라가기에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이 너무 구조적이다. 가전사들의 가격인하가 소비자의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그같은 사정 때문에 선뜻 반가워만할수 없는 까닭이 있다.
가격인하는 모름지기 기술개발과 원가절감, 생산성향상에 바탕한 것이어야한다. 이번 가전사들의 가격인하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정부의 입김에의한 「제살깎기」라면 경제의 왜곡만 심화시킬 뿐이다. 또 가격인하가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 고품질 고가격 제품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만할 우리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국산 가전제품은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 조차 외제품에비해 품질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비단 가전제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산제품이 전반적으로 겪고있는 어려움이고 지금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다.
이번의 가격인하 조치도 「경쟁력10% 올리기」가 그러하듯 과거에 보아왔던 일회성 캠페인과 모습이 닮아있다. 과거 기업들의 캠페인성 가격인하는 정부에 잘보이기위한 제스처로 그친 예가 많았다. 무리한 가격인하로 제품의 질이 떨어지기도 했고 원가부담을 종업원이나 하청기업에 떠넘기기도 했다. 억지로 내린 가격은 다시 오를수 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손실분을 얹어 뭉떵 올리기도 했다. 이번도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의 가격인하바람이 경쟁력강화에 보탬이 되려면 기업들은 경영개선을 통해 진정한 가격인하를 이룰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한다. 정부도 성급하고 전시적인 성과주의의 미망에서 탈피, 순리에 따른 정책을 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