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그 외 다수'로 구성됐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일본이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TPP 구상에 부쩍 힘이 실린 한편으로 그로 인한 논란의 불씨도 커지기 시작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십여 개 국가와의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한 와중에도 쌀을 비롯한 900여 개 품목의 관세를 철통처럼 지켜 왔다. 때문에 모든 제품과 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는 TPP협상에서 얼마나 깊이 발을 담글 수 있을 지가 벌써부터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 이어 13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가 협상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미국이 주도하는 TPP는 빠른 속도로 판을 키워가고 있지만, 일본을 필두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적잖은 마찰이 예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일본이 TPP 협상 참가로 인해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와의 논란과 국내외의 회의적 여론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미국의 불협화음은 지난 12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발언에 대한 일본과 백악관측의 해석 차이에서 이미 명백히 드러났다. 노다 총리가 '모든 물품과 서비스를 TPP 협상 태이블에 올려 놓겠다"고 말했다는 백악관측 주장과 달리, 일본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노다 총리는 단지 포괄적인 경제 제휴에 관한 기본 방침에 대해 언급했을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 반대여론을 의식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보이는 애매한 태도가 벌써부터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협상 참가 반대파에 대한 설득 과정에서 어디까지나 협상에 참여할 뿐이므로 언제든 발을 빼면 된다는 논리도 동원되고 있어, 협상 완료 목표시한인 내년 하반기에 TPP를 둘러싼 논란이 더 큰 고비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관세철폐 예외품목을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도 일본 참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지금까지 13개국과 EPA를 체결했지만 관세를 완전히 철폐한 품목 비중은 전체의 84~88%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번도 관세를 없앤 적이 없는 예외품목은 쌀을 비롯한 농산품 중심으로 약 940개에 달한다. 노다 총리는 앞서 11일 국내에서 TPP 참여의사를 공표한 국내 기자회견에서도 "협의에서는 지킬 것은 끝까지 지키고, 얻어낼 것은 얻어내겠다"면서 관세철폐 예외품목을 설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시장개방에 소극적인 자세를 일관해 온 일본이 본격적으로 TPP 협상에 뛰어들 경우 지금까지 미국이 독보적으로 주도해 온 TPP 논의에 적잖은 변수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농업시장 개방에 민감한 일본이 뉴질랜드와 캐나다 등 농업 분야에서의 관세철폐 예외 인정을 내심 바라는 국가들과 손 잡고 미국에 맞설 경우 TPP 협상 참여국 간 분열사태로 치닫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뉴질랜드 무역담당장관은 지난 11일 일본 경제산업상과 만나 "시장개방에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하자"고 제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농업분야의 전면 시장개방을 부담스러워하는 뉴질랜드가 경제 3위국인 일본이 주도적으로 미국을 설득해 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13일 TPP 참가의사를 밝힌 캐나다 역시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TPP 원칙에도 불구, 농업을 지키면서 TPP에 참가하겠다는 입장으로 일본과 손을 잡고 미국과의 타협점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