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애널리스트 출신 벤처창투사 대표 등이 인수한 코스닥 등록기업에 부실을 떠넘기는 수법으로 260억원대를 챙긴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6부는 5일 자신이 인수한 회사에 260억여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창업투자사 I사 대표 이모(3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01년 3월 자사가 투자한 극장ㆍ연극표 등 인터넷 예매업체 N사 대표 고모(36)씨와 짜고 코스닥 등록 가발업체인 B사를 인수한 뒤 같은해 6월 B사 전환사채 264억원을 발행, 자사 및 고씨 소유 N사 주식 26만4,000주와 주당 10만원에 맞교환해 B사에 264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다.
조사결과 이씨는 당시 N사가 자본잠식 상태로 거의 이익을 못 내고 수익모델 불투명 등으로 이미 닷컴기업들의 거품이 빠지던 시점이었는데도 매출액 40억원을 과대계상하는 등 자산가치가 거의 없던 N사를 380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처럼 조작, 주가를 주당 10만원까지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B사 인수사실을 공시한 뒤 2만6,000원이던 B사 주가가 연일 상한가로 4만원대로 급등하자 인수 10여일 후 자신이 취득한 B사 주식 8만주를 되팔아 11억여원의 시세차익도 챙겼다. 이씨 등은 B사 인수시 N사 유상증자로 54억원을 끌어모은 뒤 차입 형식으로 증자금을 빼내 B사 주식을 사들이는 등 자신들의 돈은 한푼도 들이지 않았으며, B사는 지난달 코스닥에서 결국 퇴출됐다.
H증권에서 전기ㆍ전자를 담당하며 기업분석 애널리스트였던 이름을 날리던 이씨는 99년 I사를 설립, 단기간 고수익을 내세워 N사 등에 50억여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나 이 회사들의 실적부진 등으로 원금상환마저 힘들게 되자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달 초 잠적했으며, 고씨도 작년 11월 금융감독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하고 출국금지 조치하자 해외로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