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정부의 최대 화두는 개혁이다. 통치권자의 강력한 의지로 출발한 이 시대의 개혁은 아직 성공과 실패의 양 끝에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과연 역사는 이 시대의 개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과거 역사를 통해 조금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김춘추에서 의자왕, 숙종, 김육, 조광조, 태종, 광해군, 정조, 대원군, 갑신정변으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 속 개혁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120년전 386세대라 불릴만한 갑신정변의 주역들은 근대적 국민국가를 세우려 했다. 이들은 분명한 개혁 의제와 이를 추진할 주체 세력이 있었지만, 이를 지지해줄 민중이 없어 실패했다. 반면 조선중기 세제 개혁인 대동법은 수구 기득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완성됐다. 민중 생활과 밀접한 조세 평등이라는 생활 개혁이 골격을 이뤘기 때문이다. 저자의 역사 진단은 오늘에까지 이어진다. 그는 “현재의 개혁은 국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을 바로잡는 생활개혁이 아니라 각 정치 세력과 사회 세력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사회를 재편하려는 이념 개혁이 개혁 전선의 선두에 배치되었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들이 개혁 피로증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뼈 있는 한마디를 덧붙인다. “진정한 개혁에 피로를 느끼는 국민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