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싫어하고 우리도 싫고…"
서울시내 택시요금이 평균 17.52% 오른 첫 날인 1일 아침 출근길은 대폭 인상된 택시요금이 `무서운' 시민들이 택시를 외면한 가운데 택시 운전사의 한숨도 깊어졌다.
서울시가 택시운전사의 처우개선과 서비스를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3년9개월만에 택시요금을 이날부터 올렸지만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 입장에선 택시를 선뜻 잡아탈 수 없는 탓에 인상 첫 날 승객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택시에는 미터기가 채 준비되지 않아 운전사들이 요율 변환표를 걸어놓은 채 이를 보고 택시요금을 손님에게 받았고 택시요금이 오른 줄 몰랐던 승객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영업택시 운전사 최진호(44)씨는 "택시요금이 많이 올라 승객이 인상 전의 절반정도밖에 안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사납금이 결국 오를 것이기 때문에 택시운전사들에겐 사실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최씨는 "택시운전사 대부분이 요금인상을 반대했는데 서울시가 사용자 주장만 고려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택시요금만 올려놓은 게 아니냐"고 서울시를 겨냥했다.
개인택시 운전사 김정수(61)씨는 "택시 타려고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게다가 요금이 오르니 장거리는 타려는 사람이 더 없다. 한두 달은 고생을 좀 해야될 것 같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김씨는 요금이 올라 돈을 더 벌기보다 예전만큼 집에 돈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들 역시 대폭 오른 택시요금이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다. 평소 택시를 타고출근하던 직장인들은 지하철이나 버스로 출근하는가 하면 택시를 타는 거리를 최소화하려고 머리를 짜내기도 했다.
택시 승객이 줄어들자 지하철역 주변에서 단거리를 왕복하는 속칭 `다람쥐 택시'의 줄도 그만큼 길어졌다.
강동구 명일동에서 여의도까지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회사원 조여진(27ㆍ여)씨는 "어제까지 1만5천원 정도 요금이 나왔는데 따져보니 1만8천원이 넘을 것 같아 지하철로 마포구청역까지 가서 택시로 갈아타고 여의도로 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겐 최근 휘발유 값이 ℓ당 1천400원 아래로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고유가 시대에 대폭 오른 택시요금이 달가울 리 없다.
대학로에서 광화문 회사까지 출근한다는 회사원 이진영(27ㆍ여)씨는 "집에서 3천원 이하 거리여서 택시로 출근하는데 오늘은 3천500원이나 나왔다. 경제도 안 좋은데 택시요금을 올려 이젠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할 형편"이라며 짜증을 냈다.
송파구에 사는 자영업자 서원교(40)씨는 "휘발유 값도 비싸고 공공요금도 오른다고 하는데 택시요금까지 올라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걱정만 쌓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원 황정민(29)씨는 "요금만 또 올려서 결국 승객 부담만 커지고 서비스의질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번만은 승차거부, 승객 골라 태우기, 합승같은 불법행위가 근절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사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