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신출내기지만 선두경쟁 양보못해"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는 외국계 기업이 유독 많다.
한국시장의 성장성을 눈여겨둔 베리타스, 한국썬, 오라클 등이 한발 앞선 기술력으로 다투어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현지화 전략을 펼치면서 한국인 최고경영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9월 컴퓨터어쏘시에이트(Computer AssociatesㆍCA)는 이 같은 풍토와 달리 한국에 부임한지 반 년도 안된 신출내기를 한국지사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토비 와이스(Toby Weissㆍ32)씨가 화제의 주인공.
일종의 모험이다.
"한국 지사장으로 얼마나 오래 버틸 것인지 기대반 우려반 섞인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하지만 CA의 모든 제품이 한국시장에서 점유율 1ㆍ2위를 차지할 때까지 결코 물러날 생각이 없습니다."
와이스 사장은 쟁쟁한 한국인 CEO들이 주름잡고 있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언어와 문화적 한계를 갖고 있는 외국인 CEO가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것은 한국CA 부사장 겸 일본CA의 부사장에 선임된 지난 4월.
한국에는 거점만 마련해 놓고 부인과 함께 일본에 생활기반을 다져왔으나 불과 5개월만에 한국 시장의 총책임을 맡게 됐다.
"지금까지는 일본과 한국을 매주 한번씩 오가는 강행군을 하며 아시아 시장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데 전념했지만 앞으로는 주말에만 일본을 방문할 생각입니다."
권한만큼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그는 CA본사 수석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 직도 겸임하고 있다.
30대초반의 젊은 나이에 전 세계 1만 8,000여명의 직원 중 고작 50여명 뿐인 수석부사장에 올랐다는 것은 그에 대한 본사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는 잣대.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마케팅 분야에 포진한 유능한 인재들과 합심하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사장으로 발탁된후 흰머리가 부쩍 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그는 외국인 CEO의 한계를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 팀워크를 통한 시너지로 답변한다.
"본사는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CA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CA가 고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본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빠른 의사결정이 밑바탕이 돼야 합니다."
그는 본사와 한국CA 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내는 것이 현재 자신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업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CA는 국내에 진출한 제1호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 지난 89년 설립됐다.
직원 3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초기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입규제나 세금 문제등으로 고전을 했지만 지금은 직원 수 80명에 달할 정도로 쾌속 성장을 하며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선두대열을 이끌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9년 조인트 벤처인 NCA를 세운 것을 시작으로 코오롱정보통신과 함께 라이거시스템즈를 합작투자하는 등 총 500억원을 쏟아 부을 정도로 한국시장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CA는 최근 1,000여개 이상의 제품을 ▲ 시스템관리 및 모니터 제품(유니센터), ▲ 스토리지 관리 솔루션(브라이트 스토어), ▲ 정보 보안관리 솔루션(e트러스트), ▲ 지식관리 솔루션(자스민) 등 4개의 제품군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끝마쳤다.
"1,000여개가 넘는 브랜드를 쏟아 낼 만큼 연구개발 능력에 자신이 있지만 회사의 통일된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반성의 결과입니다. 한국시장에서는 CA의 우수한 제품력을 고객에게 명확하게 설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와이스 대표는 한국 문화 배우기에도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일상사뿐 아니라 업무에서도 휴먼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분위기 덕에 어렵지 않게 한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다"며 "그동안 쌓아온 인간 관계가 CEO로서 업무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단골 골동품 상점이 생길 정도로 인사동을 좋아한다"는 그는 "된장찌개를 비롯해 대부분의 한국 음식을 즐기지만 아직 김치에는 적응을 못했다"고 말했다.
홍병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