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수입 잠정집계액은 202조원 수준으로 당초 세입예산에 턱없이 모자란다. 2012년보다도 1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세수가 전년보다도 덜 걷힌 것은 외환 위기와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친 1998년(2조1,000억원)과 2009년(2조8,000억원) 이후 세번째다. 당시 경제성장은 각각 -5.7%와 0.3%로 극히 부진해 세수결손이 이해되지만 지난해는 2.8%(추정치) 성장하고도 과거에 비해 4배가량 세수가 부족한 것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추경 편성으로 정부지출 규모를 7조원 늘리는 부양책을 동원했을 뿐만 아니라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세금을 밑바닥부터 박박 긁기도 했다.
세수부족 사태는 기본적으로 경기부진에서 비롯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정부는 2013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성장률 3%를 전제로 했다. 비록 성장률의 목표미달을 감안하더라도 펑크난 세수규모가 너무 크다.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다. 2012년에도 국세수입이 당초 목표보다 2조8,000억원 덜 걷혔다. 경제성장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다.
성장과 세수의 괴리 확대는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징조다. 가뜩이나 성장의 고용창출 효과도 갈수록 떨어지는 마당 아닌가. 결코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흔히 성장률이 1%포인트 오르면 세수가 2조원 늘어난다고 한다. 정부도 이를 바탕으로 세수를 추정하고 나라 씀씀이도 결정한다. 그런데 성장·세수의 방정식이 어긋난다면 국가재정 운용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추경 편성의 만성화 우려가 있거니와 자칫 재정절벽도 맞닥뜨릴 수 있다. 성장의 세수효과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