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9년 골드 러시(GOLD RUSH)를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를 찾은 포티나이너즈(49ERS)는 황금을 캐지 못했다. 정작 황금(돈)을 붙잡은 사람은 포티나이너즈를 상대로 장사를 한 사람들이었다.리바이 스트라우스도 이 때 독일에서 캘리포니아로 건너왔다. 그는 금광을 캐는 광부들이 튼튼한 작업복을 찾는 것을 보고 1853년 천막을 만드는 천으로 작업복을 만들어 팔아 큰 돈을 벌었다. 이것이 「진」(JEAN)이다.
그는 작업복이 더러워져도 눈에 띄지 않도록 파란 색으로 염색했다. 이것이 「블루 진」이다. 이어 1873년 실밥이 터지기 쉬운 이음새에 구리로 된 리벳을 박아 더욱 튼튼하게 만든 「리바이스 501」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청바지는 처음에 광부·목동·죄수들이 주로 입었지만 제임스 딘이 「이유없는 반항」에서 「리바이스 501」을 입고 나오면서 「진」은 재즈(JAZZ)와 함께 20세기 미국의 청년 문화를 바꾼 「어울리는 2J」가 됐다. 한편에서는 20세기의 생활 양식을 바꾼 3가지 상품을 개발한 기업으로 코카콜라·켈로거와 함께 리바이스를 꼽기도 한다.
지금 인터넷이 새로운 골드 러시를 일으키고 있다. 「사이버 포티나이너즈」가 「사이버 금광」을 찾아 인터넷으로 몰려 들고 있는 것이다. 리바이스는 이 「사이버 금광」 앞에서 과연 어떤 청바지를 팔 것인가?
리바이스는 최근 백화점과 소매상이 인터넷으로 「리바이스」를 팔지 못하게 했다. 실제 가게에서는 팔아도 좋지만 가상 가게(인터넷 상점)에서는 「리바이스」를 팔지 말라는 것이다.
리바이스는 자체 인터넷 상점에서 실제 백화점보다 훨씬 다양한 「리바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이버 시장에서 경쟁없이 「리바이스 금광」을 독점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유통업자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금광」을 두고 제조업자와 유통업자가 앞으로 치열하게 판매의 주도권을 다투게 될 것이다.
인터넷은 「열린 사회」를 지향한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칼 포퍼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노력하면 진리에 더 가까이 갈 지도 모른다』. 「열린 사회」는 이처럼 남의 비판을 받아 들이면서 발전을 모색하는 사회다.
곧 이성적으로 눈을 뜬 대중이 착실하고 양심적으로 민주 사회를 운영할 수 있다는 믿음이 기본 원리로 받아 들여지는 사회다.
미국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은 그의 이름이 한국에 널리 알려지기 전인 지난 97년 초 「애틀랜틱 먼스리」誌에서 포퍼를 인용하며 「열린 사회의 적은 공산주의가 아닌 자본가」라고 지적했다. 「금융계의 황제」라 불리는 그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얼마나 역설적인가?
어쨌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열린 사회」에서 자본가의 횡포가 시작될 것이다. 1849년 골드 러시에서 금광을 캐던 광부는 실패하고 광부를 상대로 장사를 하던 사람들이 황금을 붙잡았다. 지금 「사이버 금광」에서 과연 누가 「황금」을 캘 것인가? 칼 포퍼의 또다른 저서 「역사주의의 빈곤」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