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제약회사가 90년대 초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자의 혈장이 섞인 채 생산한 혈액제제가 혈우병 환자들에게 HIV를 감염시켰는 지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국립보건원에 구성된 역학조사위원회의 조사활동이 부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혈액제제를 통해 HIV에 감염됐다고 주장하는 혈우병 환자 16명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전현희 변호사는 30일 국립보건원의 재역학조사가 부실하고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리구제형 헌법소헌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국적으로 흩어져 살던 (혈우병) 환자들이 모 제약회사의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뒤 집단적으로 HIV에 감염됐고, 울산대 조영걸 교수의 연구 결과 감염원과 환자들의 HIV 유전자간에 높은 상동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역학조사위는 (소송을 제기한 HIV 감염 혈우병) 환자들에 대한 개별면담조사나 혈액채취를 통한 HIV 유전자 상동성검사를 않은채 위원회 최종회의를 끝내는 등 부실조사가 우려돼 충실한 역학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헌법소원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립보건원은 “문제의 혈액제제가 혈우병 환자들에게 HIV를 감염시켰는 지 여부에 대한 재역학조사를 위해 지난해 말 `혈액제제 에이즈 감염 역학조사위원회`를 구성, 조사를 벌여 왔으며 지난 29일 마지막 전체회의를 가졌다. 현재 위원회가 최종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주쯤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원은 혈우병 환자들에게 HIV를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오모씨(사망)등의 혈액샘플을 보관하고 있는 게 없어 조영걸 교수가 외국 학술지에 발표한 오모씨와 HIV 감염 혈우병 환자들의 HIV 유전자 염기서열 비교분석 자료 등을 참고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수는 “지난 99년과 2001년 채취한 오모씨의 혈액에서 분리된 HIV 유전자와 HIV에 감염된 혈우병 환자 6명의 HIV 유전자 염기서열간에는 부위에 따라 95~99% 이상이 일치, 상동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며 “연구결과의 일부를 역학조사위에 설명했으며 외국 논문에도 이를 게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