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관계당국이 늦게나마 당면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외화난을 완화하기 위해 300억달러 규모의 보유 외환을 풀고 내년 6월 말까지 차입하는 대외채무를 1,000억달러 범위 내에서 3년간 정부가 보증하기로 한 것은 시중의 달러기근을 완화하고 외환위기 우려를 가라앉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기업들의 수출신용장 개설을 기피할 정도로 달러기근에 허덕여왔고 외화 차입길도 사실상 막혀 있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요동치고 외국 언론이나 관련 기관들을 중심으로 외환위기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심리적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금융불안의 특성을 감안할 때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외환위기와 같은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관계당국은 이번 사태를 통해 깨달아야 한다.
아울러 시중의 달러기근을 완화하는 것은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중장기적 안목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충격이 이미 실물경제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번 글로벌 위기는 장기간의 호황을 거치면서 부풀대로 부푼 거품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물경제 침체의 골이 깊을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 혹독한 장기불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쓸려 침몰하지 않으려면 한국은행은 그동안의 잘못된 정책기조를 180도 전환해 금리인하와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금융경색을 막아야 하고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내수진작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전후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점에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당국은 먼저 그동안의 사태인식과 정책대응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깊은 반성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효과적인 위기대응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