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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한 시간여를 달리자 잔뜩 흐린 하늘에 우뚝 선 굴뚝이 눈에 들어왔다. 101일간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70m 높이에서 농성을 벌였던 그곳이다.
두 달이 흐른 19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그간의 혼란스러움은 오간 데 없이 활기로 가득 찼다. 해고 노동자 복직을 위해서라도 회사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노사관계는 더욱 두터워졌다.
함께 웃을 수 있게 것은 쌍용차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 인기 탓이 크다.
쌍용차의 야심작 '티볼리'는 지난 1월23일 출시 이후 4월까지 1만5,000대를 팔아치웠다. 쌍용차 근로자들은 2002년 흥행에 성공한 '렉스턴' 이후 약 10년 만에 밀려드는 물량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주문대기 물량만도 6,000대. 국내 소비자의 경우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티볼리의 주인이 될 수 있을 정도다. 하광용 쌍용차 생산품질총괄본부장(전무)는 "티볼리는 우리 고객들이 쌍용차에 한 번 더 기회를 준 특별한 차"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직원들에게도 '티볼리'는 특별하다.
기자가 찾은 평택공장 내부 벽면에는 근로자들이 직접 작성한 '티볼리 성공을 위한 우리의 결의'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티볼리, 100만대 이상 팔아보자' '5대양 6대주를 누벼라' 등 쌍용차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전 직원의 열의가 느껴졌다. 하루 8시간 기본 근무 외에 저녁 잔업 3시간, 토요일 특근도 마다치 않는다.
여세를 몰아 올 7월 '티볼리' 디젤 모델을 국내에 출시한다. 하 전무는 "다음달 수출용 물량을 우선 출시한 뒤 오는 7월부터 국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은 연비와 소음진동 문제에 대해 유럽 소비자들보다 더 민감해 추가로 보완할 부분이 없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티볼리' 생산을 위해 평택공장 3개 라인 중 2개 라인에서 티볼리를 생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티볼리'와 '코란도C'를 생산하는 1라인과 함께 '코란도 투리스모'와 '체어맨' 등 판매량이 저조한 2라인까지 '티볼리'를 생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평택공장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티볼리는 19대다. '렉스턴'이 인기 고공행진을 펼치던 당시 하루 생산량이 12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주문량인 셈이다. 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산현장도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의 틀을 만드는 차체공장과 조립공장은 열악한 쌍용차 여건 속에서 최상의 상태로 발전했다. 좁은 공간 탓에 '티볼리' '코란도C', 그리고 내년 출시를 앞둔 '티볼리 롱보디'까지 하나의 라인에서 3개 차종을 '혼류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기술력을 갖췄다. 일자 형태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와 달리 동선과 공간효율을 높이기 위해 U자 형태로 공장을 구축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쌍용차는 2017년 렉스턴 후속모델을, 2018년에는 체어맨 신차를 출시해 단단한 라인업을 재구축할 계획이다. 하 전무는 "티볼리를 플랫폼을 활용하는 신차는 물론 렉스턴과 체어맨 후속모델을 통해 2018년까지 평택공장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