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건축문화대상] 웅진씽크빅 사옥

시원한 소통 '비움의 미학' 돋보여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공간이 더 아름답다’ 2007 한국건축문화대상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웅진씽크빅 사옥은 훌륭하게 절제된 ‘비움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웅진씽크빅 사옥의 둥그스름한 형태 자체는 파주출판단지의 마스터플랜에 의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앞으로는 자유로와 한강, 뒤로는 구불구불한 샛강이 놓여있는 입지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자연적 느낌의 바위 모양으로 지어야 했다. 설계자는 같은 바위라도 땅에 박혀있는 무거운 돌이 아니라 갈대밭 위에 둥둥 떠 있는 가벼운 돌을 구상했다. 무게감을 줄이기 위해 건물 전체의 외벽을 유리로 둘렀다. 건물 주변의 땅을 마치 교자처럼 파 실제로 땅에서 떠올라 있는 느낌을 줬다. 웅진씽크빅 사옥의 독특한 유리 도너츠 형태는 이렇듯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가미함으로써 만들어졌다. 사옥의 중심에는 거대한 마당이 있다. 건물의 가운데를 그대로 들어내고 그 자리에 널찍한 마당을 만들었는데, 이 마당이야말로 웅진씽크빅 사옥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다목적 공간이다. 우선 마당은 그 자체로 소통의 장이다. 건물의 중심이자 360도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는 공간이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의 장소가 된다. 마당은 건물의 모든 공간을 서로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건물 건너편 사람들과 시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마당을 가로질러 연결된 유리 구름다리들은 건물 이편과 저편을 수평적으로 연결해줄 뿐 아니라 지하부터 옥상까지 수직적으로도 이어준다. 사무실에서 내다보면 마당은 분명 외부적 공간이지만, 마당 그 자체는 건물 안에 속해있는 내부적 공간이기도 하다. 내부도 아니고 외부도 아닌, 내부이자 곧 외부인 공간이 웅진씽크빅의 마당이다. 튜브형 건물의 내부 역시 시야를 가로막는 기둥 하나 없이 시원하게 뚫려있다. 다만 벽에는 폭이 넓은 목재 블라인드를 세로로 설치해 건물 전체가 서고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 건물의 지붕은 그 자체로 공원이다. 평평하고 반듯한 땅이 아니라 구릉처럼 부드러운 곡선으로 굴곡진 지붕 위에 아름다운 공원이 들어섰다. 한강 위로 떨어지는 석양을 음미할 수 있는 낭만이 넘치는 공원이다. [인터뷰] 설계자 정승권 건축사사무소 아르키움 소장 “착공 이후 3번이나 설계변경이 이뤄졌는데도 건축주는 모든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열린 마인드와 높은 안목을 가진 건축주와 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행운이었죠.” 웅진씽크빅 사옥을 설계한 정승권(사진) 아르키움 소장은 수상 소감을 묻자 건축주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그는 “건축을 하다보면 실험적 시도에 대한 거부감, 고정관념과 싸우는 일이 가장 힘들다”며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큰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웅진씽크빅 사옥의 대상 수상은 건축주와 시공자, 설계자가 하나의 팀으로서 호흡을 맞춰야 좋은 건축물이 탄생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셈이다. 정 소장은 “프로젝트가 이미 진행 중이더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음 기회로 미룰 게 아니라 곧바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건축주가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최초 설계안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웅진씽크빅 사옥의 숨은 장점 중 하나는 목재와 유리 등 평범한 재료만으로 빛나는 건물을 만들었다는 점. 그는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저렴하고 일상적인 재료들을 쓰더라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쓴다면 충분히 훌륭하고 고급스러운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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