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안개 속에 악재와 호재, 공조와 대립이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반면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전시위가 일어나고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이 전쟁을 반대하는 가운데 국제 유가 등 경제 흐름은 더욱 방향을 알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는 중이다. 주식시장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신용등급 하향 조정 우려 등 악재와 연금과 주요 은행의 주식투자 증액,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정책 불확실성 해소 등 호재가 맞물려 있다.
정치는 특히 그렇다. 국회 여야 의원 33명이 발의한 `반전 결의문`이 상정된 데 이어 의원 34명이 `주한미군 철수 결의안`을 제출한다는 소식은 극단적 대립 구조의 한국의 정치상황을 그대로 말해준다.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송금 문제를 직접 해명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배경에도 신구 정권과 여야라는 대립각이 녹아져 있다.
하지만 매서운 겨울바람이 새 봄을 약속하듯 오는 25일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정권 인수 마무리 작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7일부터 19일까지 민주당과 정무ㆍ사회ㆍ경제 등 3개 분야에 대한 정책협의회를 갖고 노무현 정부의 12대 국정과제를 비롯한 주요정책과제를 논의한다. 민주당과 조율된 최종안은 20일 노당선자에게 보고되고 21일 열릴 인수위 평가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앞으로 5년동안 국정 운영의 전반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날 회의가 주목된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불안과 경기 부진을 맞고 있는 국내경제 부문에서도 눈여겨 볼만한 지표가 발표된다. 재정경제부가 20일 발표할 1월 고용동향, 같은 날 한국은행이 내놓을 1월중 가공단계별 물가, 21일 나올 2002년 연간 및 4ㆍ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 동향이 다음 주 나올 주요지표. 추세가 더욱 악화한다면 정부가 받을 경기 부양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재경부가 17일 발표할 2003~2012년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전망도 향후 10년간 우리 경제의 향방을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17일 보건복지부에서 열릴 연금정책검토 회의는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 인상이 논의되고 오는 5월이면 100조원에 달하게 될 연금적립액의 효율적인 운용이 연금은 물론 자본시장 발전에도 최대 현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