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폐업 이틀째] 상당수 동네의원들 '몰래 진료'대구에선 11개의원 업무복귀…국·공립병원 인력난 허덕
의사들의 집단 휴·폐업 이틀째인 21일 각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는 환자들이 줄었지만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의료공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비상진료를 하고 있는 국·공립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간 상태에서 환자들은 계속 늘고 있어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료에 나서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같은 상태가 며칠 더 계속되면 의료진들의 과로로 사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국·공립 의료기관의 경우 환자들이 대거 몰렸으나 응급실에서만 진료를 하는 바람에 상당수 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보건과 등에는 환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국립병원들도 마찬가지로 보훈병원은 보훈가족들만을 대상으로 외래진료를 하면서 일반환자는 응급환자만을 받고 있고 적십자병원도 응급실만 운영하고 있다.
의료공백상태가 확산되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경향도 심해지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인 부산보훈병원이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인 상태로 이송된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해 말썽이 되고 있다.
20일 오후10시10분께 부산시 사상구 감전동 축협 앞길에서 길을 건너던 차명옥(45·여·사상구 감전동)씨는 김모(25·부산시 연제구 거제동)씨가 몰던 쏘나타Ⅱ 승용차에 치여 골반 등에 심한 부상을 입은 채 의식을 잃고 근처에 있는 사상구 주례동 부산보훈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부산보훈병원측은 차씨에 대해 정밀진단도 하지 않은 채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요구해 차씨는 이곳에서 차량으로 20분 이상 걸리는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부산의료원으로 수송됐다.
한양대병원에서는 21일 오전5시께 진통을 느낀 산모 최모(29)씨가 찾아왔으나 영아용 인공호흡기를 모두 사용중이어서 상계 백병원으로 옮기는 등 4명의 응급환자들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보건소의 사정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지역의 각 지역 보건소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평상시보다 2배 이상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일선 보건소에는 1차 진료담당 의사가 단 2명 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들이 많은 환자들을 한꺼번에 진료하느라 「격무」에 시달리고 있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특히 일부 보건소는 소아과 담당의사가 없어 어린이 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한편 폐업에 동참한 동네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계속 받고 있으며 대구의 경우 폐업에 동참했던 11개 의원이 정상진료에 복귀했다.
최석영기자SYCHOI@SED.CO.KR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6/2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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