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이 모바일 플랫폼 기반으로 이동하면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다음카카오가 구글이나 알리바바 보다 앞서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내놓는 서비스도 있을 겁니다. 직원들도 오프라인을 모바일로 연결한 생활 서비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석우(48·사진)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1일 다음과 카카오 합병 후 서울경제신문 기자들과 단독으로 만나 글로벌시장 변화와 다음카카오의 대응전략 그리고 자신의 비전을 밝혔다.
이 대표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의 패러다임 변화가 다음카카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사용자들이) PC에서 인터넷, 모바일 플랫폼 기반으로 빠르게 연결되고 있다"며 "모바일 서비스는 다들 처음 겪고 있는 것이라서 시간이 갈수록 (서비스 경험이 많은)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자신했다.
구글이나 알리바바 등 미국과 중국 인터넷 기업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이 대표는 "모바일 결제도 그렇고, 택시 서비스도 그렇고 미국이나 중국에서 먼저 했다"며 "그러나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으로 직원도 많이 늘었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여러 시도가 이뤄질 수 있어 앞으로는 우리가 먼저 하는 서비스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규 서비스 준비와 출시를 암시했다.
이 대표는 다음카카오를 '공기'에 비유했다. "의식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가 됐으면 좋겠고,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인이 쓰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런 측면에서 검열에 대한 오해는 안타깝고, 수사기관이 대화내용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가져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들떠있었지만, 걱정도 많았다. 다음카카오 합병이라는 큰 산을 넘어 한 자리에 모인 2,500명의 직원들 얼굴을 봤지만, 힘을 실어도 부족한 정부가 발목을 꽉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 대표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자신감이 넘쳤다. "개발자 한 명을 뽑으려면 굉장히 힘든데 2,000명이 넘는 훌륭한 인재를 한방에 영입했다. (다음과 카카오를) 뭉쳐놓으면 뭐가 나오더라도 나온다"며 "다음은 20년 동안 검색을 해 오면서 엄청난 데이터와 다양한 콘텐츠를 쌓았고, 수익화에 대한 스킬도 상당하다"고 확신했다. 여기다 "지난 20년 동안 대규모 트래픽을 다뤄본 엔지니어는 전 세계 어디에도 흔치 않다"고 높게 평가했다. 때문에 해외진출도 속도가 붙을 듯 하다. 그는 "내수시장이 작은 우리는 글로벌로 나갈 수 밖에 없다. 지금 당장 뭐가 된다거나 답이 보이지 않더라도 많은 도전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카카오톡의 성공도 여러 번의 실패와 위기의 순간을 넘겨 얻어진 것이다. 이 대표는 "회사설립 후 웹 2.0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연달아 실패했다"며 "모바일 서비스를 만든 후 일본에 진출하려고 했을 때 틱톡이 치고 나오면서 일본시장을 뒤로 미루고 국내 서비스 강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회고했다. "카톡도 경쟁 서비스에 밀려 고전했고, 수많은 의사결정과 선택 끝에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결국 실패에서 성공을 배운 셈"이라고 소개했다.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카톡 검열'에 대해선 무척 안타까워했다. 그는 "보안은 민감한 이슈"라며 "일부 얘기가 전부인 것처럼 부풀려지는 등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수사기관에서 요청을 했다는 것이 꼭 우리가 제공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적으로도 (대화내용을) 제공하기 어려운 구도"라고 설명했다. "어느 인터넷 업체건 법에 따라 수발신 내역을 보관해야 하지만, 서버에 저장된 대화내용은 수사기관에서 정보제공 요청 절차를 밟는 동안 이미 삭제된다"며 "정부가 요청할 수는 있지만, 가져갈 수 있는 정보는 아주 제한적인데 마치 요청할 걸 다 준 것처럼 오해한다"고 아쉬워했다.
독과점 이슈도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이 대표는 "어느 나라도 신생 기술을 통해 시장지배력이 높아진 기업을 문제 삼지 않는다"며 "불공정한 행위가 아닌 혁신을 통해 성장한 신생 회사에 대한 정부 규제는 좀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한국의 미래를 밝게 봤다. "한국에 훌륭한 경험을 한 엔지니어들이 많고 직장 다니다가 창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제2, 제3이 아닌 제10, 20의 카톡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다만 한 번 도전해서 성공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 잘 하는 분야를 찾아 꾸준히 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카카오 역시 잘 하는 분야에서 여러 번 시도하고 실패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알리바바는 직접 금융업에 뛰어들어 금융기관과 경쟁하지만, 다음카카오는 금융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에 집중할 것"이라며 "다음카카오를 '전에 없는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비전을 직원들 모두 공유하고 있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도 넘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