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상권의 명품경쟁이 전운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강남에서 벌어지는 명품전쟁은 진행형이다.
백화점들이 육박전을 벌이고 있는 주무대는 현대 압구정본점, 갤러리아, 신세계 강남점이 영업을 하고 있는 한강변 삼각 벨트.
최근 갤러리아와 현대백화점의 고객을 빼앗으며 기세를 올렸던 신세계 강남점은 명품관 마르퀴스 플라자에 샤넬, 블가리, 티파니 등 일부 브랜드를 유치하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어 애를 태우고 있다. 이 들 브랜드가 입점을 거부한 이유는 신세계 강남점이 갤러리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등과 상권이 중복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와 갤러리아에 입점한 업체들중 일부는 이미지 관리를 이유로 넓은 면적의 점포를 요구하며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신세계로 매장을 옮기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백화점에서는 매장 위치를 변경하는 등 명품 브랜드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고 있다.
국내 입점 업체들에게는 황제처럼 군림하는 백화점의 스타일이 졸지에 구겨지는 대목이다. 백화점들의 짝사랑에도 이들 명품 브랜드들은 철저한 수익위주 경영으로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면 인정사정 없이 매장을 빼 버린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 강남점 확장으로 이 같은 프리미엄을 만끽하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은 내심 이 지역의 구매력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불과 2~3㎞ 인근 지역에 현대ㆍ갤러리아 등에서 동일 브랜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백화점의 관계자는 “매장을 배치하면서 일부 인기 브랜드에게는 미리 도면을 보여주며 영업하고 싶은 장소를 고르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명품 브랜드들이 이렇게 콧대를 세우는 것은 꿈도 꿀수 없다”며“명품이 이렇게 도도하게 행세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오만함에 대해 명품 브랜드의 관계자 조차“나도 한국사람이지만 백화점들이 우리를 대할 때와 국내 브랜드를 대할 때의 태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백화점들이 명품 브랜드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은 지나친 유치 경쟁으로 애초에 버르장머리를 잘못 들여 놓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