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8개국 2천500여 명의 중국계 기업인과 500여 명의 국내기업인이 참가한 가운데 제8차 세계화상대회가 10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면서 이를 벤치마킹한 세계한상대회가 주목 받고 있다.
화상대회는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이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수상을 앞세워 1991년 세계 화교 상공인들 사이의 경제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상호 이해를 촉진할 목적으로 처음 조직해 2년마다 열리고 있다.
시가총액이 1억달러 이상되는 화상기업이 세계적으로 500개를 넘고 있고,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액은 약 720조 원에 이른다.
이들은 화상대회를 통해 본국에 집중 투자를 했으며 중국은 화상에 세금 등의혜택을 주는 등 적극 활용해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2002년 처음 열린 세계한상대회는 화상대회를 모델로 탄생해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 제4차 한상대회는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40여 개국 1천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 대회에 참가한 한상들의 연간 총매출액을 합치면 20조원에 달한다. 이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며 지난해 국방 예산과 맞먹는다.
한상대회를 주최한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한상대회는 세계 동포 기업의 투자를 국내에 유치하고 동포 기업 간 정보 교류를 추진하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열렸던 제3차 세계한상대회에 대한 평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내 기업에 대한 투자규모는 총 109건, 4억9천969만달러이다. 동포 기업 간 이뤄진 교역규모도 총 5천817만달러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화상대회에 비하면 한상대회는 규모나 성과 면에서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이영현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명예회장은 "세계 한상 1천여 명이 바쁜 시간을쪼개 자비로 고국에 날아왔는데 너무 소홀히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상대회가 이젠 사교의 장이 아니고 실질적인 투자 유치의 장이 되어야한다"며 "한국 정부가 과감하게 나서 세제 혜택 등 각종 특혜를 베풀어야 한다"고주장했다.
올해 한상대회에 참가했던 한 동포 기업인은 "본국 정부와 기업들이 먼저 해주어야 할 것은 동포 기업인들에게 친화적인 투자환경과 기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세계화상대회가 활성화된 이면에는 중국 정부가 화상들에게 베푼 세금 감면, 획기적인 금융지원, 부동산 규제완화 등과 같은 각종 혜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찬 총리는 올해 대회 축사에서 "한상은 한국 경제의 힘찬 맥동을 세계 구석구석과 연결하는 실핏줄이며 한국 경제의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추켜세우면서 "대만이나 중국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는 6천만명에 이르는 세계 화교 상인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상의 가치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지만 그뿐이라는 지적이 동포 기업인들 사이에 팽배하다. 세계 여러나라가 화상대회를 유치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한상대회는 그렇지 않다. 동포 기업인들의 `국내용', `1회성 행사용'이란 평가가이를 입증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동포 기업인을 비롯한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내세우며 투자유치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동포 기업인은 거의 없을 정도다.
이광규 이사장은 "한상대회가 화상대회처럼 제대로 설려면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서울서 열린 화상대회를 통해 한상대회의 필요성을 정부나 국민이인식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