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현재 가계 빚이 424조3,000억원으로 가구당 2,906만원에 이른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는 한국경제가 직면한 최대의 위험요인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말해준다.
이 같은 가계 빚은 1년 사이에 108조가 늘어난 것으로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가구당 빚은 분기마다 150~200만원 꼴로 늘어왔기 때문에 이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엔 3,000만원을 넘을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가계부채에 대해 일부 낙관론이 없지는 않다. 가계대출의 상당부분이 부동산구입에 사용됐으므로 금리가 크게 오르거나,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상환능력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또 가구 당 금융자산이 금융부채의 2.2배 수준이라는 점도 지적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 빚이 차지하는 비율이 75%로 미국과 맞먹고,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빚 비율 역시 100%를 넘은 것으로 추정돼 미국과 엇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은 소득은 3분의1 밖에 안 되는데 씀씀이는 같다는 얘기다. 이처럼 불건전한 소비행태가 지속된다면 위기는 오게 마련이다.
가계 빚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조치의 결과다. 가계대출의 부실이 신용대란이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르자 정부와 은행은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은행이 가계대출을 줄이자 보험과 저축은행 등으로 대출수요가 몰리고 있다. 전분기에 비해 보험은 2배, 저축은행ㆍ신협ㆍ상호금융 등은 무려 3배나 급증했다. 가계대출축소로 영세민층이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소득 상위 20%가 전체 개인금융자산의 71%를 차지하고 있는 소득불균형 상태에서 현재도 252만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그래서 중산층의 몰락을 재촉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빚 문제는 가계에 국한 된 것만이 아니다. 재정 역시 빚더미 위에 놓여 있다. 작년말 현재 공식적인 국가 채무는 122조원이라고는 하지만 회수불능 공적자금을 포함한 정부의 보증채무만도 106조원에 달하고 부실한 연ㆍ기금을 포함하면 정부의 부채가 760조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이 수출의 호조에 힘입어 그나마 버텨주고 있다. 기업의 실적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업체간 편차가 크고, 영업력의 향상보다는 대부분 저금리의 혜택에 의한 것이다.
그나마 세계경제의 회복 지연과 중동전쟁의 불안감 속에서 실적이 나빠져 경기실사지수도 13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계ㆍ기업ㆍ정부 등 경제주체가 총체적인 부실위험을 안고 있다. 종합적인 시각에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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