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년간 자동차용 배터리시장을 주도해 온 납축전지가 리튬이온 전지의 급부상으로 패잔병 취급을 받고 있지만, 국내 대표적인 납축전지 업체인 아트라스BX의 이종철 사장은 단호히 “노(NO)”라고 말한다. 리튬이온 전지가 향후 미래 대용량 전지시장을 주도할 것임은 분명해 보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최근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앞으로 10년 정도는 납축전지의 시장우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는 리튬이온 전지는 휴대폰 등 소용량 시장에서는 강하지만, 자동차에 쓰일 정도로 대용량화 하기에는 개발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세기 이상 검증돼 온 납축전지와 달리 리튬이온 전지는 안정성이나 비싼 가격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 ‘힘든 과정’을 남겨 두고 있는 것도 상당기간 납축전지의 ‘우세론’에 힘을 싣을 전망이다.
납축전지의 끈끈한 생명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아트라스BX의 2분기 매출액은 1,135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38%나 급증했다. 지난 1분기(1,039억원)에 비해서도 9.2%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성수기 진입으로 물량이 1분기 대비 4% 정도 증가했고, 원재료인 납가격은 12% 하락했지만, 판매가격은 오히려 2% 상승한 것이 매출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환율효과로 1분기 대비 2%의 매출증가 영향도 있었다.
아트라스BX는 수치 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견고한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 같으면 납가격에 따라 매출이 출렁거리는 등 변동성이 컸지만, 이제는 거래물량중 45%를 납가격에 연동하는 판가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과거와는 다른 마진율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즉 납가격 변동을 판매가격에 반영해 수시로 계약변경을 할 수 있도록 해 일정 수준의 마진율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사장은 “납가격이 하반기에 다시 올라갈 경우에는 이익이 상반기 보다 안 좋아 질 수 있다”며 “그러나 납가격 변동에 따른 이익은 과거만큼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리스크(위험)라고 해 봐야 국내 기업들의 공통고민인 환율 정도다. 이 사장은 “매출의 85%가 수출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납가격 상승이나 매출물량 확보 등은 현재로서는 큰 부담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납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이 사장은 “납이 중금속으로 분류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납축전지는 수명이 다 한 후 재활용을 하는데 국내 5개 정도 재활용 기업이 거의 100% 폐 납축전지를 회수해 재생하고 있다”며 “(납축전지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리튬이온 전지와의 전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전력저장용 등 산업용 납축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은 개발단계지만, 한전컨소시엄이 추진중인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 프로젝트에 국내 압축전지 업체로는 유일하게 참여해 100kW급 태양광 발전 전력저장용 납축전지를 내년 3월께 설치하는 등 경제성 및 수명, 성능평가 등을 앞두고 있다.
김영근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수익성 높은 산업용 축전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며 기술개발을 통해 꾸준히 납투입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2008년 기점으로 실적호전 추세가 3년째 지속되고 있어 수익력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아트라스BX는 한국타이어 계열의 납축전지 업체로 세방전지에 이어 국내시장 2위(글로벌 기준6위) 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