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이명박 '한글 이면계약서' 진위 공방
김경준측 "李, BBK 실소유 사실로 드러나"이후보측 "도장은 같지만 정상계약서 아니다"홍준표 "금감위 제출 도장과 같은것" 인정
홍재원 기자 jwhong@sed.co.kr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BBK 사건 연루 의혹이 '김경준-이명박 한글 이면계약서' 진위 공방으로 압축되고 있다.
김경준씨 측이 제시한 이면계약서에는 BBK 주식을 대량 보유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고 이 후보의 도장도 찍혀 있다. 김씨 측과 대통합민주신당 등은 "이 후보의 도장이 찍힌 이면계약서가 사실로 드러난 만큼 이 후보가 BBK를 실소유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후보 측은 "이 후보의 '막도장'을 확보, 이용한 명백한 위조문서"라고 반박했다.
◇김경준 문건의 도장은 이명박 후보 것이 맞나=김씨의 아내 이보라씨가 공개한 한글로 된 주식매매계약서에는 이 후보가 BBK 주식을 김씨에게서 사들인 내용, 즉 이 후보가 BBK의 대주주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문제는 여기에 찍힌 도장이 이 후보 것이냐는 점이다. 이면계약서에 찍힌 도장은 일단 이 후보의 인감은 아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측근인 김백준씨가 지난 2000년 6월 금감위에 제출한 LK e뱅크 출자확인서에 찍힌 도장과는 눈으로 보기에도 똑 같다. 여기다 검찰이 LK e뱅크의 회사 인감관리대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진위 공방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은 25일 "(이면계약서 도장과 금감위 제출 도장은) 같은 도장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이 후보가 인감은 아니지만 BBK 주식을 인수할 목적으로 자신의 다른 도장을 이면계약서에 찍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경준 이면계약서는 전체적으로 볼 때 조작인가=도장만 이 후보의 '막도장'이고 문서 내용이 거짓일 가능성은 없을까.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의 고승덕 변호사는 "계약서에 간인(문서를 접어 다른 쪽과 연결되게 찍는 도장)도 없고 이 후보의 서명도 없으며 맞춤법도 틀리는 등 정상적인 계약서로 볼 수 없다"며 위조 가능성을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의심스러운 대목은 김씨 측이 한글 계약서의 존재를 갑자기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보라씨가 20일 처음 언급하고 사흘 뒤 검찰에 제출한 이 서류는 3년 반 동안 미국 재판에서도 언급되거나 제시된 바 없다. 만약 계약서를 김씨 측이 위조했다면 이 후보의 도장은 왜 거기 찍혀 있을까. 홍 위원장은 "김경준 측이 해당 도장을 관리했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 김백준씨도 김씨가 관리하던 이 후보의 도장을 얻어 금감위 제출 문서에 사용했을 가능성을 포함한 주장이다.
◇대선에는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도장 공방에서는 이 후보 측이 다소 수세인 것이 사실이다. 해명 과정이 꼬였기 때문이다. 당초 계약서 도장이 이 후보의 인감이 아니라는 점만 믿고 계약서 도장 자체가 거짓이라고 했다가 금감위 문서에서 같은 도장이 사용됐다는 점이 알려지자 '도장은 진짜일 수 있으나 계약서는 위조'라는 요지로 말을 바꿔 의혹을 증폭시켰다. 여기에 검찰 수사 결과 '이 후보의 BBK 실소유' 쪽으로 나올 경우 대선 판도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뒤늦은 해명대로 계약서가 위조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날 경우 이 후보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가 BBK 사건과 무관하지만 사소한 해명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게 오히려 지지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다음달 초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BBK 문제와 관련해 대응이나 해명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7/11/25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