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여전사의 눈물

'여전사'와 '눈물',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여전사의 눈물은 그래서 모두의 시선을 붙든다. 새해 아침에는 반정부 게릴라 출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신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눈시울을 붉혀 관심을 끌었다. 독재군사정권에 맞서 총을 메고 투쟁하느라 눈물을 훔칠 새도 없었을 게릴라 여전사는 대통령 휘장을 넘겨받은 후 복받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아마도 드라마 같은 자신의 인생 여정을 떠올리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게릴라 여전사가 2억명을 대표해 세계경제대국 브라질의 첫 여성 수장이 됐으니 기쁨의 눈물을 흘릴 법도 하다. 그러나 눈물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복잡하다. 기쁨의 눈물만을 흘리기에는 그를 한숨짓게 할 걱정거리들이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경제난'이다. 룰라 전임 대통령 임기시절 연 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한 브라질에 인플레이션이란 아킬레스건이 도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차단을 위한 금리인상 카드를 검토하고는 있지만 이 경우 해외자금 유입으로 가뜩이나 치솟는 헤알화 가치를 더 상승시킬 수 있어 호세프 대통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투자자들은 호세프 대통령이 브라질의 경제 매듭을 푸는데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룰라 전 대통령도 이제는 그에게 떨쳐낼 수 없는 걱정거리가 되고 말았다. 브라질의 지속적 성장과 빈곤퇴치를 이끌며 신화로 자리매김한 룰라 전 대통령의 성과를 자칫 무너뜨릴 경우 그가 예상보다 빨리 수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호세프 대통령이 전사의 기세로 독재정권 타도에 앞장섰을지는 모르나 경제문제는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체포돼 온갖 고문도 이겨냈던 그에게 더 넘기 힘든 큰 산이 다가온 것이다. 그가 취임식에서 흘린 눈물은 대통령 등극을 자축하는 기쁨의 눈물임과 동시에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고난'을 어떻게 해결할 지 걱정하는 눈물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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