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우리의 환경시계는 몇 시?

아침 일찍 일어나 남산을 오르거나 한강변을 달리며 운동하는 분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일지 모르나 요즘 수도권에는 아침 안개가 유난히 짙고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예전 같은 순수한 물방울로 구성된 안개가 아니다. 한낮 동안 하늘로 날아 올라간 각종 중화학물질 미세먼지가 밤새 찬 공기를 만나 물방울에 코팅돼 아침 안개로 내려온다. 그리고 아침 일찍 운동하는 이들의 숨결에 빨려 들어가 온몸으로 퍼진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비염ㆍ기관지염ㆍ허파장애 등 호흡기 질환자들이 크게 늘어나는 데는 이 같은 까닭이 있는 것이다. 아토피 현상도 그 원인의 하나가 대기오염이다. 대기오염도가 가장 낮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는 올 가을 9월1일 새벽의 경기ㆍ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176.8미크론(㎍/㎥)이었으니 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100미크론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호흡기 질환자 등 대기오염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건강상 악영향을 준다며 외출을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재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인체에 아주 치명적인 수준(300㎍/㎥)의 미세먼지가 서울 수도권의 지상에 내림(來臨)했다. 올 성탄절에는 얼마나 더 왕림하실까 걱정이 앞선다. 세계 대도시 평균 20~30미크론의 세 배인 연평균 61미크론 수준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수도권 행정가들에게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사흘에 이틀꼴로 수도권 하늘에 미세먼지가 자욱해도 아직까지 어느 한 분도 끄떡하지 않는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쿠바를 가는 길에 세계에서 대기오염도가 가장 높다는 멕시코시티를 들렀을 때다. 멕시코 안내원이 관광버스를 가지고 나와 우리 일행을 유창한 영어로 맞이했다. ‘우리 멕시코 시민들은 서울에서 오신 한국 손님들을 아주 고맙게 생각하며 환영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시의 대기오염도가 세계 수도 중 계속 1등을 해왔는데 재작년(2002년)부터 서울이 1등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그 악명(notorious title)을 벗게 해줘 대단히 감사하다’는 요지였다. 이 말을 서울시장에게 늦게 알리게 돼 미안하다. 우연한 현상일 뿐 곧 개선되겠지 하고 믿었던 우리들이 잘못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 4월의 미세먼지 농도는 가히 ‘살인적’ 수준인 500미크론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경기개발연구원과 서울대 연구팀은 공동조사보고서(2004년)를 통해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미세먼지 대기오염으로 수도권에서만 연간 1만1,000명 이상이 조기 사망하고 그 피해액이 최고 10조원을 넘는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연간 97일로 늘어난 황사 피해와 수도권 전역의 심각한 다이옥신 피해, 그리고 이제는 연 100회를 넘어서고 있는 오존주의보까지 합치면 그 피해액이 6ㆍ25 동란 중의 일일 피해액에 육박할지 모른다. 구체적으로 서울의 정동 지역과 시흥의 정왕동 그리고 인천 논현동 지역의 다이옥신 농도는 울산과 안산의 공장지역 내 그것보다 높은 0.6피코그램(pg)으로 조사됐다. 이 모두가 수도권에 범람하는 자동차와 질 나쁜 석유류 및 경유 소비량 증가, 생활폐기물의 방기, 공장의 대기오염 행위, 세계에서 가장 적은 서울의 산림녹지면적, 그리고 잇단 개발행위 때문이다. 멕시코시티는 3년 전부터 범시민적 합의하에 대기오염도에 따른 자동차 운행 축소 내지는 중단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아홉 번째인 대한민국이 이미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에 가입함에 따라 앞으로 7년 후인 2013년부터는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발생하게 됐다. 이에 대비해 우리 기업과 정부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려진 것이 없다. 국가예산의 0.6%도 안되는 산림청 예산으로는 탄소배출권 행사는커녕 감축의무 현상유지에도 모자랄 정도이니 그 대책이 묘연하다. 자꾸 이상화(異常化)돼가는 기상조건으로 천재와 재앙이 끊이지 않는데도 전국토는 논과 밭과 산림이 깎여나가고 균형적인 투기장화로 들끓고 있잖은가. 지구환경생태계 시계에 나타난 우리나라의 환경시계 바늘은 지난 2004년 말 현재 오후9시29분을 가리키고 있다. 아마도 올해 말의 환경시계는 파국점(자정)을 향해 더 가까이 다가섰을지 모른다. 모두들 무역대국 10위와 GNP 강국 11위의 성과에 환희하고 있는 사이에 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