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적행위 군납비리, 그들만의 리그부터 없애라

군납비리가 또 터졌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최근 3개년간 납품된 군수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125개 부품의 공인시험성적서가 위ㆍ변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품원의 조사 대상 기간이 지난 2011년 이전까지 확대됐다면 얼마나 많은 비리가 더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원전비리에 이어 군납에서도 시험성적서가 위조된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물론 군과 기품원이 항변할 소지도 없지 않다. 30년간의 관리ㆍ감독 사각지대를 전수조사했다는 점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조사 대상 품목에 전수조사가 무의미한 범용제품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목록을 들여다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12만6,844개 품목 가운데 적발된 건이 0.09%라는 점도 민간 부문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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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비율이 낮더라도 군납비리는 용납할 수 없는 짓이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돼 성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무기는 안보공백으로 직결될 수 있기에 이적행위에 다름 아니다. 전력화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참석했던 수리온 헬기에서 자주포ㆍ보병전투차ㆍ구난전차 등 최신형 국산 무기체계까지 가짜 성적서가 버젓이 쓰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신형무기가 이럴진대 더 이상 부품을 생산하는 곳이 없어 동급 무기에서 부품을 빼 쓰는 이른바 동류전환 대상인 구형무기는 오죽할까 싶다. 신형과 구형을 막론하고 구멍이 생기면 뭘 믿어야 할까.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군납비리를 근절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그들만의 리그가 깨져야 한다. 예산편성에서 무기체계 결정, 조달과 운용, 감리까지 사실상 군과 군 출신 인사가 독점하는 체제에서는 비리가 구조적으로 자리잡기 마련이다. 방위사업청의 역할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모든 무기체계의 원가를 검증하겠다던 미래기획위원회의 올해 초 결의가 실행돼야 마땅하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국방부의 셀프 개혁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청와대가 직접 나서 군납 독점구조를 손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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