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가운데)씨가 두 아들 조성웅ㆍ성모씨와 함께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헤엄쳐 건너는 대장정에 성공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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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마음을 실은 배달부의 심정으로 왔습니다.”
지난 13일 오전7시 독도 동도. 경비대 경찰 10여명만이 외롭게 지키고 있는 국토 최동단인 이곳에 흰색 삼각수영복을 입은 세 명의 사내가 물살을 가르며 발을 디뎠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54)씨와 두 아들 조성웅(24)ㆍ성모(20)씨 3부자가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헤엄쳐 건너는 대장정에 마침내 성공했다. 12일 오후1시 울릉도 도동항에서 입수한 지 정확히 18시간46초 만이다.
조오련씨와 해군 특수부대(UDT) 출신 장남 성웅씨, 국가대표 수영선수 성모씨는 울릉도~독도(직선거리 87.4㎞) 구간을 24시간에 주파할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좋은 기상조건 덕에 예정시간보다 6시간 앞당겨 대장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독도에 도착한 조씨 3부자는 마중 나온 독도경비대로부터 거수경례 환영을 받았고 이어 태극기를 건네받아 대한민국 만세삼창을 외치며 도전성공의 감격을 만끽했다.
입수할 때만 해도 “할 말이 없다”며 모든 인터뷰를 거부한 채 잔뜩 긴장한 만큼이나 이들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입수하자마자 차가운 조류를 만나 첫 주자인 성모씨는 당초 예상 수영시간의 절반인 4시간 만에 성웅씨로 교체됐다. 배턴을 이어받은 성웅씨 역시 몸이 덜 풀린 까닭에 2시간밖에 버틸 수 없었다.
대장정의 주역은 역시 조오련씨. 두 아들의 힘겨운 모습을 지켜보던 조오련씨는 큰 아들의 뒤를 이어 오후7시께 바다에 뛰어들어 6시간 넘게 칠흙 같은 바다를 헤쳐나갔다.
마침 조오련씨가 입수하면서 따뜻한 조류를 만나고 뒷바람이 불며 파도까지 잔잔해지면서 도전 초반의 난관이 사라지자 이들 3부자는 더욱 탄력을 얻어 물살을 갈랐다.
80년 대한해협 횡단을 시작으로 82년 도버해협 횡단, 2002년 대한해협 재횡단 등에 성공한 조오련씨는 사상 최초로 두 아들과 함께 울릉도~독도 수영횡단에 성공하면서 도전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찍었다.
독도에 도착한 조오련씨는 “나 혼자가 아니고 온 국민의 마음을 싣고 오는 배달부의 심정으로 이곳에 도착했다”며 “광복 60주년을 앞두고 우리 3부자가 국민들에게 한여름 시원한 청량제를 준 것 같아 가문의 영광”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조오련씨는 “초반 냉수대를 만나 어려움은 있었지만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자연은 이를 받아준다는 걸 실감했다”며 “사정이 허락한다면 북한에서 대동강 종단에 나서고 싶다”고 새로운 도전목표를 밝혔다.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성모씨는 “우리 땅에 오는 당연한 일이 이렇게 크게 이슈화되는 게 한편으로는 슬픈 일”이라며 “국민들이 이 시간뿐 아니라 언제나 독도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