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사무실에는 어김없이 걸려있는 액자 하나가 있다. 국정지표다. 이 액자에는 맨 윗줄의 신한국창조라는 표제아래 그아래로 줄을 바꿔가며 차례로 깨끗한 정부, 튼튼한 경제, 건강한 사회, 통일된 조국 등 4개항이 적혀있다.이 지표는 현정부가 출범하면서 밝힌 국가운영의 방향과 목표다. 그러나 멋지고 힘있는 자체로 씌여진 이 지표를 가만히 들여다 보노라면 절로 쓴웃음이 나온다. 서울시의 한 간부는 『책상에 앉아 일하다 고개를 들면 바로 이액자가 눈에 들어오고 그때마다 왠지 모르게 민망한 생각이 들어 얼른 시선을 다른데로 돌린다』며 『액자를 등지고 앉도록 책상배치를 바꿔볼까하는 실없는 생각을 한적도 있다』고 말했다.
슬로건은 대개 추상적이고 수사적인 법이다.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국정지표는 빛이 바래다못해 아예 없느니만 못한 것이 돼버렸다.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정반대가 돼버렸는가. 깨끗한 정부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부정비리의혹으로 얼룩진 정부로, 튼튼한 경제는 재벌그룹이 줄줄이 쓰러지고 은행까지도 부도위기에 처한 빈사의 경제가 돼버렸다. 또 건강한 사회는 불신·의혹·미래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허약한 사회가 됐고 통일은 오락가락 대북정책으로 실마리조차 찾지못하고 있는게 지금의 상황이다.
국정지표를 끝내 헛구호로 끝내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현정부에 남겨진 시간은 6개월 정도. 모든 일을 하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일도 않고 넘기기에는 긴 시간이다. 뭐니뭐니해도 경제를 살려놓고 보는 일이 최우선이다. 남은기간 정부가 처음의 자세로 총력을 다하면 적어도 경제분야만큼은 뭔가 성과가 있을 것이다. 지표달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음정부가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기반만이라도 만들어야 할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