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6일] 국내서만 홀대받는 中企제품

마케팅 지원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 홈쇼핑 담장직원들은 매일 자정이면 TV홈쇼핑 업체로 출근하는 게 일상으로 굳어버렸다. 이들은 밤잠을 잊은 채 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방송 스튜디오 세팅 및 지원업무에 매달리다가 새벽녘에야 사무실로 돌아와 새우잠을 청하고 오전에 퇴근하는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센터 직원들의 이 같은 기형적인(?) 야근체제는 프라임타임에 중소기업 제품 판매를 꺼리는 홈쇼핑 업체들의 오랜 관행 탓이다.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제품이 프라임타임의 방송 스케줄을 점령하는 바람에 중소기업 제품은 시청자가 적은 새벽시간대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방송시간을 잡을 수 있는 중소기업은 운이 좋은 편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메이저 홈쇼핑 채널에서 방송기회를 갖는 것만도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형편이다. 중소기업 제품을 기피하는 홈쇼핑 업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소비자들이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꺼리니 당연히 잘 팔리는 대기업 제품을 전면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업계에서는 "품질은 결코 뒤지지 않지만 중소기업 제품이라면 홈쇼핑 업체와 소비자들 모두 손사래부터 친다"며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놓고도 유통 채널을 확보하지 못해 사장돼버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이처럼 한국에서 홀대 받는 중소기업 제품이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유통 채널만 제대로 확보하면 오히려 모셔가기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해외 홈쇼핑 채널과 판매계약을 맺은 유통센터 측의 얘기를 들어보면 제품의 샘플만 보여줘도 해외 바이어들이 한결같이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극찬을 늘어놓는다고 한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한국인 특유의 섬세한 손기술과 가격경쟁력을 다들 인정해준다는 얘기다. 한국 소비자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서 통하면 전세계에서도 통한다'며 한국을 테스트마켓으로 삼아 앞다퉈 국내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수준 높은 한국 소비자들이 정작 품질보다는 브랜드 파워만으로 제품을 평가하고 외면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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