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사담 후세인 시장을 잡아라`
미ㆍ이라크 전쟁의 포성이 걷히기도 전에 피폐한 이라크 재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각국 기업들의 물밑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른바 이라크판 `마샬플랜`에서 한 몫 챙기려는 기업들의 로비 움직임이 한창이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1일 “1000억달러(이라크 재건에 필요한 자금) 파이의 한 조각을 위한 거대한 로비가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단연 유리한 고지에 있는 곳은 미국 기업. 이라크 접수 후 미 군정이 들어서게 되면 파괴된 이라크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 건설 입찰에 미국 기업을 최우선으로 참여시킬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정부는 9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초기 복구 건설을 위해 비공개적으로 벡텔 할리버튼 등 5개 대형 미국기업을 상대로 입찰을 실시했으며 며칠 내로 최종 업체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할리버튼은 딕 체니 현 미 부통령이 지난 95년부터 2000년까지 최고 경영자로 있던 곳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미 군정에 따른 미 기업들의 독식을 막기 위해 포스트-후세인 정권은 유엔 주도하에 구축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미 행정부는 유엔이 제 역할을 못한 만큼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예상대로 미 군정이 들어서면 미국 예산이 쓰이는 만큼 미국 기업 참여가 불보듯 뻔하지만 유엔 주도하의 정부가 들어서면 유엔 지분만큼 시장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석유 메이저업체인 BP를 위시한 15개 영국 기업들은 최근 영국 정부에 이라크 재건 시장 참여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 도이체 방크는 최근 미 할리버튼과 독일의 쉴럼버거 등 석유개발회사가 15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원유개발 사업을 따낼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에 반대했던 프랑스와 러시아, 중국은 이라크 석유를 차지하는데 불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후세인 정부와 맺은 조약을 근거로 이라크 유전에 대한 지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재건사업은 이라크의 석유산업의 재개발까지 추진하게 될 경우 엄청난 돈벌이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부 하청업체들은 이러한 계약에 어떻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지 조언을 구하기 위해 워싱턴 로비스트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