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정 타결임박] 얻은 것과 잃은 것

[노-정 타결] 얻은 것과 잃은 것勞 '관치'쟁점부각 성공…政 "개혁근간 유지" 자평 금융파업을 둘러싼 노·정간 협상은 양측 모두 막판에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협상타결에도 불구, 노·정 양측은 이번에 얻은 상처를 치유하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노조측은 「관치금융」을 국민적 이슈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했지만 파업대열에서 이탈하는 은행이 늘어나면서 「화이트컬러 노조」의 한계를 스스로 노출했으며 요구한 바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도 많지 않았다. 정부는 노조의 압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여전히 금융개혁의 고삐를 놓지 않게 됐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역시 금융시스템을 파업의 위기 속에서 건져내지 못했다는 책임추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쪽이 모두 「윈윈전략」을 추구하지는 못한 셈이다. 또한 앞으로 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지, 불거진 문제들을 어떻게 정리해나갈지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금융노조가 얻은 것과 잃은 것=노조는 이번 파업으로 「관치금융」을 세상에 알리는 홍보전에는 성공했다. 그동안 관치금융에 대한 항변은 금융계와 소수의 전문가 집단 내에서만 맴돌던 공허한 메아리였다. 일반 국민들은 그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으며 실감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관치금융이 이번 파업의 「메인 이슈」로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하는 정도는 공감하게 됐다. 이번 파업으로 노조가 얻은 최대의 성과다. 그러나 노조측은 결국 관치금융 청산 특별법 제정과 같은 직접적인 요구는 관철시키지 못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유보 등의 요구 역시 원하는 대로 소득을 얻기는 어렵게 됐다. 즉 「추상적인 성과」는 있었지만 그것이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정부의 약속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 이에 비해 금융노조가 파업과정에서 입은 타격도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개별 은행노조의 파업대오 이탈. 파업에 앞서 우량은행들을 중심으로 파업불참이 적지 않았으며, 급기야 기업은행과 외환은행 노조는 파업 당일 노조 지도부가 업무복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단결력이 와해된 노조는 협상력도 와해될 수밖에 없다. 협상에 앞서 노조는 계속 뒤로만 밀리는 약한 모습을 보여 결국 사무직 노조의 한계가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같은 결과는 앞으로 금융노조가 또 한번 「들고 일어날」 상황을 맞았을 때 치명적인 약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부도 패자=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한 이후에도 정부는 갈팡질팡했다. 유화적인 제스처를 쓰다가 결국 강경대응으로 방향을 선회한 과정 자체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 요인이 됐다. 그러나 정부는 금융당국을 통해 은행측에 직·간접적 압력을 행사, 각 은행 단위노조를 「각개격파」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을 뿐 아니라 노조의 세를 약화시켜 협상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간 데서 전략적으로 노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정부측은 파업의 압력을 무릅쓰고 「금융개혁」의 칼날을 놓지 않은 채 우회적이고 기술적으로 노조의 요구를 무마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사상초유의 은행파업을 막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 파업의 선례를 남긴 것은 우리 금융시스템의 치명적인 결함으로 두고 두고 지적될 게 뻔하다. 대외적인 신인도 하락을 피하기 어렵게 됐으며 앞으로도 「파업재연」의 여지를 남겨뒀다는 것 자체가 「시스템 리스크」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상처치유 서둘러야=노·정 양측이 입은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방안은 이번에 불거진 쟁점들을 안팎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정리해나가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관치금융을 어떻게 규정할지부터가 모호하기만 하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지주회사로 묶는 게 관치인지, 아니면 대주주인 정부의 정당한 권리행사인지, 결국 정부와 노조는 의견을 접근시키지 못한 채 애매하게 덮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시장 살리기」와 관치금융은 경우에 따라서는 구분하기가 곤란한 게 사실. 이러한 개념상의 컨센서스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노·정간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 또한 은행 구조조정과 이 과정에서의 감원문제 역시 상처를 봉합하는데 심각한 걸림돌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구조조정은 「희생」을 딛고 추진될 수밖에 없으며 근본적으로 절충점을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양측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7/11 17:1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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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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