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솔직해진 부시 에너지대책

지난 70년대 중반 미국의 에너지위기 당시 많은 이들은 원유공급 중단을 우려했다. 그러나 지금 많은 미국인들은 에너지가격 상승과 환경문제를 두려워하고 있다.지난 4반세기 동안 원활한 원유공급과 가격통제로 미국인들은 저(低) 유가라는 행복을 즐겼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 실제 미국의 저유가는 자기 모순적인 측면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산업발전에 따라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으나 공급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의 가격통제와 규제는 기업의 에너지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의욕을 감소시켰던 반면 세제혜택과 더불어 소비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대응은 유권자를 의식해 저가 에너지정책을 고수하던 과거 정권과 비교해 솔직한 측면이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63페이지에 달하는 에너지 대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가격통제가 수요와 공급면에서 적절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음을 강조했다. 이 같은 고백은 전기의 공급이 무한하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일반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전기료 급등을 실제 피부로 겪고 있는 미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 또한 사실이다. 부시 행정부가 17일 제시한 105개의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의 핵심적인 내용은 공급증대다. 이 대책에는 원유 증산, 정유시설 확충 등이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개별 주(州) 간에 전기를 상호 공급할 수 있게 함에 따라 캘리포니아주 전력비상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에너지 효율성도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백악관이 이 같은 대책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받아낸다면 에너지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공급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에너지를 좀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인들은 오일 쇼크가 발생했던 73년보다 57% 가량 비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당시와 비교해서 57% 정도의 에너지가 낭비된다는 얘기다.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은 70년대와 같이 가격이 급등할 때 이뤄진다. 비록 유권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더라도 부시 행정부는 에너지 효율성 증대를 위해 가격통제를 하지 않겠다는 이번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높은 에너지 가격이 에너지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미 국민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5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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