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중소 업계 결산] 자동차 부품업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인한 기아차 부도에 이어 지난 11월 대우차 부도. 그리고 삼성상용차 파산. 연이은 대형 사건 불똥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최근 3년간 홍역을 치렀다.
이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출 등 판로 다각화와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전문화ㆍ대형화가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줄어드는 전세계 부품업체 수=전세계 자동차 부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GM과 포드(Ford)로부터 각각 독립한 델파이(Delphi)와 비스티온(Visteon). 여기에 독일의 보쉬(Bosch)社와 일본의 덴소社가 시장을 나누고 있다. 머지않아 이들 몇 개의 대형 부품업체들이 전 세계 부품시장을 주름잡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예상.
실제로 유럽차부품업협회(ClEPA)는 전세계 부품시장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2,000여개의 세계적인 주요부품업체가 2008년에는 150여개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 수는 지난해말 기준 1,109개사. 이 중 95%인 1,042개사가 중소기업이다. 규모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 대부분 국제 경쟁력에서 크게 뒤져 있다. 부품업체간 인수합병과 모듈화작업이 적극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듈화, 수출만이 살길= 국내 부품업체 지난 99년 전체 매출 규모는 168억 달러로 미국 델파이사의 99년도 매출액 292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인수 합병으로 덩치를 키워 국제 경쟁력을 갖추거나 최소한 서너개의 협력업체들이 한데 뭉쳐 부품공정을 모듈화(합체화)하는 작업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살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쟁력 강화와 판로 다각화를 준비하지 못한 부품업체들은 올 한해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특히 대우 납품비중이 절반을 넘는 부품사들은 판로 다각화에 나서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 하지만 부품업체들은 "현실적으로 부품사들을 계열화해 다른 곳에 납품 실적을 올릴 수 없게 하는 국내 완성차 업계 풍토 탓"을 말한다.
결국 국내 부품업체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수출과 기술경쟁력 강화뿐. 지난 99년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20억 2,400만달러로 97년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실현하며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회원사의 상반기 수출 실적 또한 지난해 상반기보다 30%나 증가했다. 하반기 수출 실적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중소부품업체들이 외국 수주를 따내기란 실제로 하늘의 별따기다. 결국 중소업체는 현대모비스등과 같은 대형 부품업체와 손잡고 미국이나 일본 자동차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대우차 부도 여파로 대부분의 한국델파이를 비롯 대우 협력사는 매출 규모가 올해의 절반 가까이로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자금지원에만 목을 내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판로다각화를 위해 수출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선진 외국 부품업체와 전략적 제휴와 투자유치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살길"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홍병문기자goodlif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