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동법공방 “제2라운드”/여야영수회담 이후는

◎정치권 우왕좌왕에 경제 흔들/“무효화 안된다” 새 불씨 우려도노동관계법 기습처리로 빚어진 현시국을 풀기 위한 여야영수회담이 21일 열려 시국수습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그러나 노동법개정이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함에 따라 경제계는 노동법개정의 진통을 다시 되풀이 하게 됐다. 정치권의 미숙과 무책임이 경제의 발목을 다시 옭아매게 된 셈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이날 장장 2시간20분간의 영수회담을 통해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을 포함, 모든 문제를 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김대통령은 회담 모두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관계법 개정을 통해 새출발해 우리경제의 활력을 회복하려 했으나 파업사태 등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해 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상황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그동안의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서 김대통령은 『노동법이든 안기부법이든 무엇이든지 국회에서 다시 논해도 좋다』면서 『국회서 여야가 다시 논의하면 잘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윤여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또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파업주동자들에 대해서도 영장집행을 유예하도록 실무자들에게 지시하겠다고 밝혀 그동안 정부 여당이 취해온 강경자세에서 완전히 U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두 김총재는 김대통령에게 『오늘의 난국을 타개할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길은 여당이 단독 처리한 안기부법, 노동관계법을 포함한 11개 법안의 무효화』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자신이 헌법절차에 따라 공표한 법을 무효화한다는 것은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므로 있을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이 대목에 관한한 대통령과 두 야당총재는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회담을 마쳤다고 윤대변인은 전했다. 시국수습의 걸림돌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영수회담이 일단 수습의 실마리를 찾기는 했으나 산업현장의 정상화는 아직도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와 기업인 노사 양측의 불안감 또한 국회 재논의 과정이 끝날때까지 불식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사정속에서 지난 연말 이후 근 한달간 파업사태를 겪어오면서 산업현장이 정상궤도를 달리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재계는 이미 법개정과정부터 정부와 여당이 내용과 처리 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돈속에 빠졌었다고 말한다. 노동관계법 파문으로 인한 주름살은 벌써 몇달째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경제계의 시각이다. 이제 다시 국회에서 원점에서부터 노동법개정 공방이 벌어지면 이미 소모될대로 소모된 경제계의 체력은 언제 회복될지 모를 상황이다. 경제살리자는 노동법개정이 결국은 정치권의 미숙으로 현재까지로는 경제침체의 요소로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게 됐다. 이번 청와대 영수회담결과는 여권내부의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노동법 기습처리 이후 빚어진 현 시국을 대화로 풀어가자고 주장한 김광일 비서실장 등 대화론자와 여야간 영수회담의 시기상조론을 펴온 이원종 정무수석 등 참모진들간에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안기부법의 재논의까지 수락하고 영장발부자에 대한 영장집행유예까지 받아들이는 등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고 영수회담에 임한 것으로 평가된다.<우원하> ◎재계반응/현 위기상황 수습노력은 인정/노동법 본래취지 퇴색안돼야 재계는 국회에서 노동법개정을 재론키로 의견을 모은 영수회담 결과에 대해 국가적 위기상황인 현시국을 조기 수습하기 위한 노력은 인정되지만 국회의 재협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국론의 분열과 노사간 의견대립 등을 크게 우려했다. 경총은 『여야 대표가 영수회담을 통해 국가적 위기상황인 현시국을 조기수습하고 국민적 총의를 모으기 위해 노력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개정된 노동법을 국회차원에서 재론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재론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국론의 분열과 노사간 의견대립에 따른 갈등심화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노동법 개정을 국회로 넘겨 위기상황을 수습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인정되지만 여전히 정부의 보다 단호한 입장표명이 없어 아쉽다』고 논평했다. 전경련은 『여야는 국가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노동법 개정이 불가피했던 점을 깊이 인식, 노동법의 재론에 신중을 기해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노동법 개정의 본래 취지를 퇴색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영수회담을 계기로 근로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노동법개정의 근본취지가 경쟁력강화에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민병호> ◎노동계반응/노조간부 영장집행 중단 다행/완전무효화 투쟁 끝까지 전개 노동계는 21일 노동정국 타개를 위한 여야영수회담 결과에 대해 본질적 사태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실망스런 빛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노총(위원장 박인상)은 국회에서 노동법 개정을 재론하겠다는 것은 노동법 개정을 완전 무효화하고 재개정하라는 노총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총은 그동안 노동악법 철폐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사전 구속영장이 발부된 노조간부에 대한 영장 집행을 중단하라는 노총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다행스럽다고 논평했다. 노총은 노동법 개정이 노사가 배제된 상태에서 여야의 정치적 흥정으로 진행될 경우 이를 거부할 것이며 노동악법의 완전무효화를 위한 투쟁을 끝까지 전개할 것이라고 당초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민주노총(위원장 권영길)은 개정 노동관계법의 전면 백지화와 오는 3월1일 이전까지 노동관계법을 재개정하겠다는 합의없이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원칙만을 천명한데 대해 사태해결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지도부에 대한 영장집행 정지가 현사태를 해결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각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손해배상 청구라든가 고소고발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여야영수회담 결과에 대해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따라서 22일 예정대로 수요일 총파업을 실시하고 오는 26일 50만여명의 노동자가 참여하는 한국노총과의 대규모 공동집회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최영규>

관련기사



최영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