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전략경영의 세가지 처방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

기업간 무한경쟁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략경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기술표준화로 대변되는 고도산업사회는 품질이나 서비스 그 자체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의 원천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금융업계만 하더라도 많은 회사들이 유사한 상품과 서비스를 갖고 경쟁을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는 제조업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적인 예로 십년 전만 하더라도 소니의 컬러TV는 품질과 디자인 요소로 세계시장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산 TV를 제쳐두고 소니 TV만 찾는 소비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기술표준화로 품질이나 디자인 수준의 격차가 급격히 좁혀진 결과다. 그러면 이 같은 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경영전략은 어떤 개념으로 도출돼야 할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전략경영의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주장이 새삼 와 닿는다. 그는 경쟁이 심하다 못해 모두 한곳으로 가둬져버리는 단계(competitive convergence)에 이르게 되면 그때 진정한 의미의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생산성과 효율성으로 경쟁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운영의 효율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쟁심화와 기술진보로 운영의 효율성이 표준화될 때 전략적 경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가 말하는 전략은 독창적이고 가치있는 위치를 만드는 일이다. 결국 앞으로의 경영은 전략적 포지션을 정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어떤 사람이 아닌지를 먼저 규정하라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경영전략은 온통 승객들에게 해주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예컨대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단거리만 운항한다, 좌석을 배정하지 않는다, 비즈니스클래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등등. 포터는 이런 포기가 강력한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액티비티(activities), 즉 유기적인 영업조직과 활동들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둘째는 자신의 고유위치를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경쟁사들이 흉내내지 못하도록 피팅(fitting)전략을 잘 짜야 한다는 것이다. 기어들이 꽉 물려 있는 상태를 피트라고 하는데 모든 전략경영의 요소들이 맞물려 돌아가면 경쟁사가 통째로 모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분화된 시장전략이 좋아 보이더라도 그것을 따라하려면 그 회사의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셋째는 더 잘하는 것보다는 더 독특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정 부문의 효율성을 높이면 더 강한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명확히 하고 대신 더 독특해진 위치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사업 부문을 재편하고 맞춤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현재의 영역에서 더 이상 성장이 기대되지 않을 때 우선은 라인증설이나 기업합병을 시도하곤 한다. 하지만 전략경영은 성장이 한계에 직면했을 때 현재의 전략적 위치를 보다 심화시키는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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