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버스 안에서 춤·노래 한국서만 볼수 있어요"

외국인이 바라 본 한국 관광 문화


"버스 안에서 춤·노래 한국서만 볼수 있어요" [리빙 앤 조이]외국인이 바라 본 한국 관광 문화 정리ㆍ사진=김면중 기자 whynot@sed.co.kr 관련기사 • "重力거부" 스카이스포츠의 세계 • 스카이 스포츠 시작하려면 • 날만한 장소 • 첫 여성 메인 뉴스 단독진행 김주하 • [피부이야기] 피부미인 송선미 비결 • 10년간 흡연? 40세 넘고? 폐기능 검사는 필수! • "버스 안에서 춤·노래 한국서만 볼수 있어요" >>리빙 앤 조이 기사 더보기 ‘관광산업은 21세기 주력 산업이다.’ 여기저기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관광산업의 주 소비자라 할 수 있는 외국인들의 생각을 접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그들이 한국을 여행하면서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떤 게 불편했는지,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이다. 장사의 첫걸음은 소비자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관광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관광 마케팅의 시발점이다. 서울경제 기획취재팀은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 관광문화의 현실’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에 1년 이상 거주한 ‘남자 셋 여자 셋’을 초대해 방담을 진행했다. 그들이 자유롭게 쏟아내는 말에 귀 기울이다보니 그 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참석자: 폴 류(Paul Leow) 싱가포르, AARM 인터내셔널 AP 회장, 한국거주기간 약 4년 띠아오 슈통(Diao Shutong) 중국, 광운대 경영학과, 한국거주기간 약 4년 제이 클레이터(Jay Claytor) 미국, 영어교사, 한국거주기간 약 3년 레나트 클라젠(Renate Clasen) 독일, 연세대 한국학 박사과정, 한국거주기간 약 2년 미나모토 아스카(Minamoto Asuka) 일본, 이화여대 교환학생 과정 후 현재 영어교사, 한국거주기간 약 2년 벤자민 듀페리(Benjamin Duperray) 프랑스, 성균관대 교환학생, 한국거주기간 1년 진행: 김면중기자 -한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와 그 곳에서 불편하거나 실망스러웠던 기억은 없나요. ▲제이 클레이터(이하 ‘제이’)=한국 최고의 여행지는 역시 제주도죠. 서울에 살다 제주도에 가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에요. 그런데 제주도에 실망한 점도 있어요. 한국 최고의 관광지 치고는 개발이 덜 된 것 같았어요. ▲미나모토 아스카(이하 ‘아스카’)=난 반대로 제주도에 대한 좋은 추억 뿐이에요. 바다도 좋았고 자전거 타고 섬을 돌았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개발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자연이 아름다운 제주도는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폴 류(이하 ‘폴’)=난 제주도 음식이 맛있더군요. ▲제이=한국말 못하면 그거 먹기 힘들어요. 호텔 음식만 먹을 수 있죠. 그게 참 힘들었어요. 좀 더 토속적인 음식을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죠. 제주도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거듭나려면 영어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돼요. ▲레나트 클라젠(이하 레나트)=제이의 생각에 반대해요. 굳이 외국인들에게 맞추려고 고유한 문화와 언어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관광객들은 있는 그대로의 한국을 느끼려고 오는 거지 외국인들 입맛에 맞게 변한 한국을 보러 오는 게 아니거든요. ▲제이=미래를 향해 나가려면 과거를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요. 교육, 관광, 비즈니스 등을 생각해 기존의 것들을 조금만 포기하자는 거죠. 뭔가 새로운 걸 받아들이려면 과거에 대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요. ▲폴=싱가포르는 한국과 닮은 점이 많아요. 한국처럼 휴가 받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항상 바쁘게 살거든요. 그런데 다른 점이 한가지 있어요. 바로 언어죠. 싱가포르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여러 개지만 제1언어는 영어예요. 전 그것이 싱가포르의 강점이라 생각해요. 한국에 살며 아쉬운 점이 바로 이 점이에요. 영어만 되도 한국 문화를 세계에 더 많이 알릴 수 있을 텐데, 그런 점이 너무 아쉬워요. ▲아스카=혹시 일본에 가봤나요? 내가 볼 땐 일본 사람들 영어 실력이 한국보다 떨어지는 것 같은데요? ▲제이= 일반 국민들의 영어실력은 한국과 일본 다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러나 주요 관광지만 따진다면 일본에 있는 게 훨씬 편해요. 아주 능숙하진 않더라도 의사소통은 가능하니까요. 그들은 (한국보다) 더 준비돼있어요. ▲아스카=관광 면에서는 몰라도 일반 국민들만 본다면 한국인들이 일본 사람들보다 영어를 훨씬 잘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어린이들이 그렇죠. 한국의 교육열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것 보면 가까운 미래에는 한국의 관광 산업이 일본 보다 더 나아질 것 같아요. ▲띠아오 슈통(이하 슈통)=한국인들이 중국인 보다 어휘나 문법은 더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의사소통은 중국인이 월등히 잘하는 것 같아요. 회화 중심의 영어 교육이 절실해보여요. ▲벤자민 듀페리(이하 벤자민)=우리도 영어를 배우긴 하는데, 잘 하지는 못해요. 영어권 사람들이 프랑스에 오면 프랑스 사람 영어 못한다고 해요. 식당에 근무하는 사람도 영어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도 영어권 국가에서 프랑스에 많이 와요. 결국 언어보다 더 중요한 뭔가가 있다는 거죠. ▲레나트=사실 여행할 때 영어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통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통할 수 있잖아요. 유럽에서도 각 나라마다 다른 언어를 써요.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여행할 수 있어요. 문제는 문화 차이에요. 서양사람이 아시아에 가면 문화가 다른 점이 가장 힘들죠. 나이 많은 우리 어머니도 한국에 온 첫 날, 혼자 서울 구경했어요. 우리 어머니도 영어를 잘 못해요. 하지만 손짓, 발짓 써가며 여행하더군요.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했어요. 오히려 길 못 찾고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도와주는 한국인들이 많아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어요. -결국 언어보다 문화적 차이가 더 큰 장애물이란 거군요. ‘여행할 때 장벽이 언어냐 문화냐’에 대한 얘기는 이쯤에서 접고요. 이제 휴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각 나라의 휴가 문화가 궁금하네요. ▲벤자민=프랑스 사람들은 여행 많이 다녀요. 특히 유럽 내 다른 나라로 가는 데는 비자도 필요 없기 때문에 더욱 왕래가 잦아요. ▲슈통=중국에서는 5월에 노동절, 10월에 개천절이 있는데 그때 여행을 많이 가요. 하지만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은 적죠. 아무래도 공산주의 국가라서 개인적으로 외국 나가는 게 쉽진 않아요. ▲레나트=독일에서는 휴가 때 대부분 외국으로 나가요. 아마 전세계에서 외국 나가는 비율이 가장 높을 걸요? 유럽은 물론, 요즘엔 아시아나 미주로도 많이 떠나죠. ▲제이=사실 미국인들은 해외 여행을 많이 하지 않아요. 아마 미국인의 1/3은 여권도 없을 걸요? 서부 사람이 동부에 가서 문화충격을 느낄 정도죠. 영화 보면 미국 사람들이 해외여행 많이 다니는 것 같죠? 할리우드 영화를 믿지 마세요.(웃음) 평균적인 미국인은 해외여행 경험이 거의 없어요. 휴가 때 멀리 가더라도 기껏해야 플로리다나 캘리포니아 정도죠. ▲폴=싱가포르 사람들은 해외여행 많이 다녀요. 사실 싱가포르는 한시간이면 다 보거든요.(웃음) -한국 여행 문화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아스카=버스 안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는 거 봤어요. 난 멀미 나서 못할 거 같지만, 버스 안에서 노는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어요. ▲제이=나도 본 적 있어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독특한 문화예요. 한번은 공항에서 그런 모습을 봤어요. 대부분 40~50대 아줌마들이었죠. 그런데 그때 시간이 새벽 4시였어요. 제대로 잠 잘 수가 없었죠. 나야 한국에 오래 살아서 많이 적응됐지만, 처음 오는 관광객들은 많이 짜증났을 거예요. 불행히도 한국인은 여행에 있어 악명이 높아요.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그런 것 같아요. 관광 스태프를 대하는 자세 때문이 아닐까요. ▲레나트=큰 그룹으로 여행을 가면 마치 큰 힘을 가진 듯 행동하기 쉽죠. 그런데 사실 미국인들도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후진국 사람들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이랄까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여행 전 준비를 해야 해요. 몰라서 그러는 거거든요. 가기 전에 그 나라의 최소한의 문화적 내용들은 배우고 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한국 고유의 문화를 버리라는 뜻은 절대 아니에요. ▲벤자민=한국 사람들 여행 방식 중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한국 사람들이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일정이 아주 빡빡한 것 같아요. 예컨대 유럽 가면 런던 이틀, 파리 이틀, 밀라노 하루, 이런 식으로 여행을 하더군요.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여행은 재충전인데 말이죠. ▲폴=이건 삶의 페이스 문제에요. 한국은 서두르는 문화잖아요. 그런 여행 방식이 나올 수 밖에요. ▲제이=한국에는 느긋한 문화가 없는 듯 해요. 술 마시는 것만 봐도 그래요. 한 군데서 오래 놀지 못하고 1차, 2차, 3차까지 가잖아요. ▲슈통=나도 아시아인이지만 한국 사람 성격 급한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문제점은 시간 약속을 잘 못 지키는 거예요. ▲폴=한국은 양반이에요. 늦어도 10분 정도 늦는 거잖아요. 동남아는 더 심해요. 거기 사람들은 늦으면 두 시간이에요. ▲제이=약속을 정하는 문화 때문에 그런 듯 해요. 한국 사람들은 약속이란 말을 ‘어포인트먼트(appointment)’ ‘프로미스(promise)’ 등으로 표현하더군요. 난 그냥 ‘플랜(plan)’이라고 해요. 유연한 개념이죠. 우린 만나자고 할 때 몇 시에 만나자고 하지 않아요. 그냥 몇 시 정도에 만나자고 하죠. ‘코리안 타임(Korean time)’이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난 반대로 한국 사람들이 너무 시간관념에 얽매여 있는 거 같아요.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너무 정해진 대로만 해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여행 및 놀이 문화에 대해서 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시죠. ▲벤자민=한국 하면 음주 문화를 빼놓을 수 없어요. 친구, 특히 남자들 만나면 꼭 술 마셔야 해요. 내일 수업 있다고 말하면 ‘나도 내일 수업 있다’며 ‘그냥 마시라’고 해요. 그럼 그냥 마시죠. -다음 날 수업은요? ▲벤자민=당연히 빠졌죠.(웃음) ▲폴=한국 여행할 때 가장 기분 나쁜 부분은 역시 최악의 교통이에요. 특히 대중교통 운전자에게 불만이 많아요. 그들이야말로 안전하게 운전해야 할 텐데 너무 난폭하게 운전해요. 싱가포르 대중교통 운전자들은 정말이지 질서 잘 지키고 안전하게 운전해요. 그런 나라 있다 여기 오니 정말 힘들어요. ▲제이=전 한국 관광 브랜드인 ‘코리아, 스파클링’을 접하고 어리둥절했어요. 도대체 무슨 뜻이죠? 중간에 쉼표 있는 걸 모르고 들으면 문법 마저 틀리는 표현이에요. 만약 저라면 ‘Asia’s Best Kept Secret’ 정도로 했을 거예요. 한국은 다른 아시아 나라에 비해 세계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얼마나 신경 써서 만들었는지 의심스러워요. 그리고 관광 광고 컨텐츠도 한가지 핵심 이미지만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한국 관광 광고 보면 이것 저것 다 보여주려다 한가지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말레이시아는 자연만 강조해요. 정글이랑 바다만 보여주죠. ‘원 브랜드, 원 이미지’로 승부해야 해요. 일관성과 끈기! 이 두 가지가 키 포인트예요. 제대로 만든 관광브랜드로 10년만 버텨보세요. 분명히 결실이 있을 거예요. 제이가 지적한 점을 알아보고자 한국관광공사에 문의했다. 관계자는 “약 2년 동안 17개국 8,000명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거친 후 정한 브랜드”라며 “'100% Pure Newzealand'를 만든 카피라이터 싸이먼 앤홀트(Simon Anholt)가 작업한 만큼 영어 표현이 틀리진 않을 것”이라 했다. 또 “한 언론사에서 국내 유수 광고 대행사 10여 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전문가들이 느끼는 선호도는 높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월트디즈니사 부사장을 역임한 후 현재 USK 프로퍼티 홀딩스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프랭크 P 스타넥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는 오랫동안 일본과 한국에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문구가 어색한 건 사실이다. 청량 음료에나 쓰이는 어휘라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외국인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냥 들으면 문법에 맞지 않는 어색한 표현처럼 들린다. 그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문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11/0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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