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도시민 농지보유 허용, 투기방지가 관건

농림부가 농사를 직접 짓지 않을 도시인에게도 농지의 무제한 소유 허용을 골자로 한 농지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조치는 쌀 수입 자유화 등 농업시장 개방에 따라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농촌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으로 여겨진다. 농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모의 영농이 필요하다. 제조업에서 생산ㆍ판매ㆍ관리 등의 효율성을 위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민들이 자금여력이 없기 때문에 농민들의 힘만으로 기업농이 이뤄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도시의 풍부한 자금의 힘을 빌려 규모의 영농을 꾀하자는 것이 법 개정의 주된 배경이다. 이는 수지가 맞지 않아 농사를 포기하고 땅을 그대로 놀려두는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과 소작제도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규정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헌법개정이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지만 상황과 환경이 크게 변해 개정의 필요성이 절실하고 합목적적이라면 방법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제도개선의 취지와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부동산 투기 행위다. 투기를 막지 못하면 농업 경쟁력 향상은 커녕 농민과 농촌은 더 골병이 드는 반면 땅값은 터무니 없이 치솟고 투기꾼들만 배를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개발계획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등 투기가 극성을 부릴 수 있는 여건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수도 이전, 20여개의 미래형 혁신 신도시 건설, 6개의 혁신 클러스터 육성계획 등이 그렇고 여기에 기업도시까지 추진되고 있다. 전국이 개발 붐에 휩싸일 것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데 농지법 개정이 이와 맞물리면 투기가 일어날 것은 뻔한 일이다. 행정수도 후보지로 거론됐던 지역이나 삼성이 기업도시를 추진했던 충남 아산시 탕정면 일대 농지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규모의 영농이라는 제도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농지 매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지만 투기대상이 되는 것 만큼은 절대로 막아야 한다. 입법과정에서 전매와 용도변경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철저한 투기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농지법 개정은 투기꾼들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