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달 6일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하고 내년 7월1일 잠정 발효시키기로 합의했다. 양측의 서명은 당초 그 이전부터 계획돼왔지만 자국 자동차 시장 피해를 우려한 이탈리아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 잠정발효 시기를 6개월 늦추는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한미 FTA는 어렵사리 만들어낸 EU와의 FTA에도 뜻하지 않는 난기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 안전ㆍ환경기준 등에 있어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EU 역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역시 자동차 부문의 불균형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한미 FTA 담판 결과는 EU에도 민감한 사안임이 분명하며 한국을 가운데 놓고 시소게임과 같이 양측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EU 측도 자국의 불리한 부분에 대해 추가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최근 EU집행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양자가 FTA 쟁점을 논의하고 있음을 주지하고 있다"며 협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한미 FTA에 변화가 생기면 한ㆍEU FTA에도 어떤 영향이 있을지 따져보고 필요할 경우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으로 FTA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우리에게 미국ㆍEU와 같은 강대국들은 수시로 패리티(균형)를 지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 FTA 비준동의의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한ㆍEU FTA 서명이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며 이번 협상에서 한ㆍEU FTA와의 균형을 추가 협의 카드로 들고나왔다. 미국 측은 한ㆍEU FTA 서명이 있은 직후 FTA 효과에 대해 조문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세부적으로 분석을 벌였고 이는 EU 역시도 유사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협상 자체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FTA와의 관계도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섣불리 말하기 힘들지만 EU 쪽도 비슷한 기준을 요구할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U 측이 내세울 수 있는 요구사항은 한미 FTA 추가 협의내용 외에도 기존 한미 FTA 협정문에는 포함돼 있지만 한ㆍEU FTA에는 없는 스냅백(FTA 규정을 어기거나 자국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경우 관세철폐를 환원하는 제도)이 해당된다. EU는 이와 유사한 조치로 자국 업계에 피해가 클 경우 가동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이행법안을 본회의에 상정,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