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6월 17일] 민간투자사업 제대로 하려면

백성준(한성대 교수·부동산학)

국내에 민간투자사업을 도입한 것은 지난 1990년대 초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법’을 제정하면서부터다. 당시에는 매우 생소했던 사업성에 기초해 자금을 투자하는 프로젝트 금융이라는 선진 금융방식을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데 활용하고자 했었다. 금융기관들 투자 태도 변해야
1980년대에 SOC투자가 부진했던 여파로 물류비 및 교통혼잡비용이 급증한 가운데 부족한 정부 예산을 보충하는 방안으로 다소 여유 있는 민간자본의 투자를 유도한 것이었다. 수익자부담원칙의 적용, 기반시설의 세대 간 비용분담 등 바람직한 측면도 많고 무엇보다 재정사업에 의존할 때에 비해 민자를 활용해 기반시설을 조기 확충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일익을 담당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재정사업에 의한 시설보다 다소 비싼 사용료를 부담한다는 점, 정부와 국민 입장에서는 최소운영수입보장을 협약해주는 사업의 경우 우발채무가 발생하고 있는 점은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15년 이상이 경과한 2009년 현 시점에서 SOC민간투자사업을 보는 시각은 어떤가. 도입 초기와는 판이하게 매우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시장은 날로 위축돼가고 있다. 법과 제도가 소신 없이 여론에 밀려 갈팡질팡하는 동안 시장은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 바로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180도 달라진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시각을 돌이키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제대로 된 프로젝트 금융을 다시 시작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ㆍ금융ㆍ사업시행자 3자 간의 위험 및 수익배분, 역할과 책임이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 국내에는 이미 사회기반시설뿐만 아니라 복합부동산개발사업ㆍ아파트개발사업 등에도 프로젝트 금융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명목만 프로젝트 금융이지 대부분의 출자자 및 투자자는 여전히 정부의 운영수입보장 또는 시공사의 지급보증과 채무보증 등을 요구하고 있어 담보형 금융방식의 아류에 머물러 있다. 민자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업의 위험과 수익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특히 도로나 철도의 신설 등은 운영위험이 크고 장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고위험’ 사업 영역이다. 그리고 여기에 투자되는 자금도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높은 수익을 원하는 성격의 자금, 즉 지분참여형 투자가 이루어지는 영역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금융기관들은 지분투자를 꺼려 한다. 이제 자본시장의 통합을 맞아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금융기관들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법적형태의 투자도관체(conduit) 확대 등도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둘째, 제대로 된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사업성 및 민자사업 적격성 판단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수요예측에 실명제 등을 도입해 책임성을 강화시킨 점은 바람직하다. 그리고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것인지 재정사업으로 추진할 것인지를 판단할 명확한 방법론이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 화폐적 투자가치(VFMㆍValue for Money)를 측정하고 판단하는 분석기법에 관한 연구도 보다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사업성·적격성 판단기준 필요
셋째, 홍보와 대국민 설득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소 편파적인 보도와 정보 전달로 혼란이 가중되고 여론이 보다 악화되고 있다. 민자사업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균형 있게 다루는 언론의 중립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은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및 홍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현재의 민간투자사업은 프로젝트 금융의 성격에 대한 올바른 이해, 민자사업의 필요성 및 장ㆍ단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의 토대 위에 설 수 있을 때 제2의 도약이 가능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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